한진그룹 제주지하수 증산안…결국 폐기 수순

■ 방송 :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17:05~18:00)
■ 진행자 : 류도성 아나운서
■ 대담자 : 시사칼럼리스트 고재일

◇ 류도성> 이 시간은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는 뉴스의 맥락과 속사정 등 뒷얘기를 들여다보는 코넙니다. <뉴스톡>시간인데요. 오늘도 시사칼럼니스트 고재일 씨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고재일> 네, 한 주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이제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제법 많이 쌀쌀해지지 않았습니까? 요즘처럼 가을의 파란 하늘을 매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바로 또 축복이 아닐까 합니다. 오늘 소식은 지난 7월이었죠. 제주 사회를 뜨겁게 달군 이슈인 한진그룹의 지하수 증산 논란과 관련한 후속 얘기를 준비해봤습니다.


◇ 류도성> 당시 도의회 상임위원회가 조건부로 증산안을 통과했지만 본회의 상정은 보류됐죠? 아직 석 달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시간적으로 좀 오래된 것처럼 느껴지는데요.

◆ 고재일> 그래서 인간을 망각의 동물이라고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말씀 꺼내신 김에 청취자 여러분들을 위해서 한 번 내용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 3월이죠. 한진그룹의 계열사인 한국공항 주식회사가 제주도에 지하수 이용 변경허가 신청을 통해 현재 하루 백 톤인 취수량을 150톤으로 늘려달라고 요청합니다.

지하수관리위원회는 몇 차례 심의 끝에 6월 30일 이를 통과 시켜 도의회로 넘겼죠. 아시는 것처럼 상임위원회인 환경도시위원회가 7월 21일 안건을 상정한 다음, 채용확대 등 부대조건을 달고 당초 150톤인 취수량을 130톤으로 줄여 조건부 통과시켰습니다.

◇ 류도성> 이 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거세게 일어났죠. 낙선운동까지 전개하겠다 뭐 그랬던 기억이 나는데요.

◆ 고재일> 네, 말씀하신대롭니다. 이제 본회의만 통과하면 끝나는데,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도내 18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연대회의가 지하수 증산을 막아야 한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결국 신관홍 의장이 지난 7월 25일 의원총회를 열었는데요. 안건의 상정을 보류하기로 결론이 났습니다, 다만 신 의장 지하수 증산안에 대해 10월까지는 결론을 내리겠다고 덧붙였습니다.

◇ 류도성> 그렇다면 말이죠. 신 의장이 당시 언급했던 10월이 바로 지금 아닙니까? 이번 임시회에서 어떻게 처리되는 겁니까?

◆ 고재일> 뉴스로 보시는 것처럼 지금 행정사무감사를 뼈대로 한 제355회 임시회가 진행이 되고 있고요, 오는 31일 제2차 본회의가 열립니다. 지금도 유효하다면 신 의장이 생각했던 시점이 바로 다음 주 화요일 본회의인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번 회기에 지하수 증산동의안 상정은 사실상 어려울 것 같습니다.

본회의 처리 안건인 경우에는 의회 운영규칙에 따라 의장이 운영위원회와 협의를 거쳐야 하거든요. 의회 안팎 분위기를 살펴보면 현재까지는 그런 논의가 진행이 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고요. 아무래도 의원총회에서 상정보류로 결론을 내린 만큼 이를 상정하기 위해서는 다시 의원총회를 열고 도의원들의 여론을 좀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 류도성> 그래서 이번 임시회 처리는 힘들다? 뭐 그런 얘긴가요?

◆ 고재일> 네, 그런 시각이 좀 우세한 편입니다. 상임위원회에 회부된 안건은 일정 시간 내에 처리하지 않으면 자동 폐기가 되는데요, 본회의 안건은 계속 살아 있다고 하더라고요. 제10대 도의회가 운영되는 시점까지요. 때문에 기습처리라는 다소 극단적인 카드도 있겠습니다만, 내년에 지방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좀 무모할 수도 있겠죠?

시사칼럼리스트 고재일. (사진=자료사진)
◇ 류도성> 언제든 논란의 불씨는 여전하다고 봐야겠네요. 그런데 지하수 증산 논란이 일던 그 시점에 시민단체가 더불어민주당 측에 의혹제기에 나섰고, 민주당이 다시 이에 반발해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지 않았습니까?

◆ 고재일>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줄여서 제주경실련이라고 하죠. 경실련이 지하수 증산안이 상임위를 통과한 나흘 후인 지난 7월 25일 성명을 내고, 민주당 제주도당 고위직 인사의 사촌이 한국공항 협력업체 임원으로 있어 이 같은 결정이 가능했다는 제보를 자신들이 받았다며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면서 "도정의 거짓과 위선을 잡아야 할 거대야당이 한통속이 되어 재벌기업 품에서 재롱을 부리고 있다"고 거세게 비난한 바 있습니다. 환경도시위원회의 절반인 3명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인데, 어떻게 지하수 증산을 반대하는 당론과 배치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겠는가 그런 주장입니다.

◇ 류도성> 당연한 반응이겠습니다만, 민주당도 반발하고 나섰죠?

◆ 고재일> 네, 그렇습니다. 제주경실련의 성명 이후 이틀 만에 민주당 제주도당 역시 성명을 내는데요. 경실련의 비판이 수위를 넘는 악의적인 것이다. 한국공항 임원과 사촌인 고위 관계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이를 통해 지하수 증산안이 상임위를 통과한 근거가 있는지 밝히라며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경실련 긴급성명 이후 후속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요. 이에 민주당은 결국 7월 31일 이 사안을 검찰에 수사의뢰 했습니다.

◇ 류도성> 저도 거기까지는 기억이 납니다만, 이후 소식은 들어보지 못한 것 같은데요. 좀 확인이 됐나요?

◆ 고재일> 네,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 관계자와 제주경실련 관계자들이 각각 검찰에 출석해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고 합니다. 검찰에서 경실련 측은 긴급성명에 대해 '어디까지나 공익을 위한 문제제기였다면서 정치적으로 책임을 질 일이 있으면 지겠다'이런 입장을 밝혔다고 합니다. 경실련이 주장한 고위 관계자의 사촌이라는 한국공항 협력업체 임원도 통화기록을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더불어민주당에 어제 사실 확인을 해보니 사촌이 있는 것은 맞지만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답했습니다. 결국 검찰이 수사를 의뢰한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에 고소를 할 의향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요구했고요. 도당은 결국 지난 8월에서 9월 사이 수사 중단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왜 그랬는지 묻자 터무니없는 문제 제기인 만큼 법으로 가면 쉽게 가려지겠지만, 시민단체가 개인이 아닌 공익을 위한 문제제기에 나선 것으로 판단해 이 정도에서 그친다고 밝혔습니다.

정당이 시민단체와 다툴 만한 사항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죠. 다만, 도당은 경실련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데요, 경실련은 자신들의 주장에 대해 청탁이나 로비가 진행된 점이 확인되지 않았을 뿐 사촌이 연루된 것은 확인된 사실이라며 최종적으로 지하수 증산안이 이번 의회에서 폐기되거나 부결되면 사과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 류도성> 수사의뢰 상황은 이것으로 일단락된 것으로 봐야겠네요. <뉴스톡>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시사평론가 고재일 씨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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