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11시 50분쯤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고 나온 신 총재는 청사 앞에 있던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신 총재는 "이 사건은 국가정보원·검찰·경찰·정치권 등 거대한 권력과 기관이 포괄적으로 개입된 사건"이라며 "형제들은 개입돼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배후가 누구냐는 질문에는 "심정적으로 (짐작이) 가지만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다"며 "여러분들이 마음속에 생각하는 사람이 유력한 용의 선상에 올라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과거 자신이 처남인 박지만 EG 회장을 배후로 지목한 데 대해서는 "당시는 보여지는 그림만 볼 수밖에 없어 함정에 빠졌던 것"이라며 "돌이켜 생각해보니 형제분들이 방패막이로 활용됐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07년 11월 육영재단 강탈 사건 때 최순실·정윤회가 (현장에) 등장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며 "그 녹음파일을 오늘 광수대에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신 총재는 앞서 이날 오후 3시 경찰에 출석할 당시 "박 전 대통령 5촌 살인사건의 피해자는 알려지지 않은 죽음까지 포함해 모두 8명"이라고 주장했다. 또 "박용철 씨 피살사건 외에 저와 관련된 수사도 재수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제게 유죄를 선고한) 1심, 2심 판결문을 저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은 신 총재가 박용철 씨 죽음과 관련해 많은 의혹을 제기한 만큼 그를 주요 참고인으로 보고 의혹들의 근거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9일에는 이 사건 재수사 고소인인 박용철 씨 유가족을 조사했으며 이달 16일에는 이 사건에 관해 꾸준히 의혹을 제기한 주진우 시사인 기자를 참고인으로 불렀다.
신 총재는 "박 전 대통령을 배후에 둔 박지만 EG 회장이 박용철 씨를 시켜 중국에서 나를 납치·살해하려는 음모를 꾸몄다"라고 주장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2012년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바 있다.
앞서 박 전 대통령 5촌 조카인 박용철 씨는 지난 2011년 북한산 등산로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또 다른 5촌 조카인 박용수 씨는 이어 목을 매고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용수 씨가 금전 문제로 사촌 형을 숨지게 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결론 내고 수사를 종결했다. 검찰은 피의자가 사망해 기소할 수 없다며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유도선수 출신의 건장한 용철 씨를 몸이 왜소한 용수 씨가 쉽게 제압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 등을 근거로 '제3자 개입 의혹'이 끊이지 않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