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 공은 못 치겠더라"
26일 오후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한국시리즈 2차전이 끝나고 두산 베어스의 김태형 감독이 기자회견장을 떠나면서 던진 푸념섞인 한마디가 이 경기의 모든 것을 설명한다.
KIA 타이거즈의 좌완 에이스 양현종이 한국시리즈의 새로운 전설을 썼다.
양현종은 9이닝동안 탈삼진 11개를 솎아내며 4피안타 2볼넷 무실점으로 호투, KIA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양현종은 한국시리즈에서 완봉승을 달성한 역대 10번째 투수가 됐다. KIA의 전신 해태를 포함한 타이거즈 소속 선수로는 문희수(1988년 3차전), 이강철(1996년 3차전), 로페즈(2009년 5차전)에 이어 4번째 대기록이다.
이 외에도 최동원(롯데), 김태한(삼성), 정삼흠(LG, 정명원(현대), 정민태(현대), 리오스(두산) 등 당대 KBO 리그를 대표했던 투수들이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완봉승을 거뒀다. 정명원은 1996년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해태 타이거즈를 상대로 노히트노런을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누구도 양현종처럼 1-0으로 끝난 경기에서 완봉승을 따내지는 못했다.
그가 던진 122번째 공에 두산의 강타자 양의지가 헛스윙을 하면서 양현종은 한국시리즈 최초의 1-0 완봉승 타이틀의 주인공이 됐다.
1-0 경기는 투수전의 정점이다. 마운드에 서있는 투수에게 경기 내내 엄청난 중압감이 뒤따른다. KIA는 8회말 상대 내야진의 실수에 편승해 힘겹게 승부의 균형을 깼다. 양현종은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사실상 마무리 투수의 부담까지 어깨에 실었다.
한국시리즈에서 1-0 승부가 나온 것은 이번이 세번째다. 2004년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삼성이 현대를 1-0으로 눌렀고 가장 최근에는 2011년 한국시리즈 마지막 5차전에서 삼성이 SK에 1-0 승리를 거뒀다. 당시 승리투수는 선발 차우찬, 마무리 투수는 '끝판대장' 오승환이었다.
양현종은 적어도 2차전에서만큼은 KIA의 선발 에이스이자 동시에 마무리 투수의 역할까지 해냈다.
소감도 남달랐다. 양현종은 "야구를 하면서 이렇게까지 힘들었던 적은 처음인 것 같고 이렇게까지 집중한 것도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시리즈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양현종은 역대 한국시리즈 완봉승 경기에서 가장 많은 탈삼진을 기록한 투수가 됐다. 종전 기록은 정명원이 노히트노런을 달성할 때 기록한 9개.
또 가을야구 단골손님인 두산이 포스트시즌에서 무득점에 그친 것은 2013년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LG 트윈스에게 0-2로 패한 이후 무려 33경기만에 처음이다.
지난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두산이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선수들을 대거 보유했다는 점 그리고 플레이오프에서 평균 12.5점을 올렸고 불과 하루 전인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도 헥터를 상대로 매서운 타격감을 자랑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양현종의 호투는 그 의미가 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