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은 26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두산과 KS 2차전에 선발 등판해 9이닝 11탈삼진 4피안타 2볼넷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1-0 승리를 이끌며 완봉승의 주인공이 됐다.
가치를 이루 헤아릴 수 없는 호투였다. 정규리그 우승으로 KS에 직행한 KIA는 전날 1차전에서 3-5 패배를 안았다. 3주 동안 휴식에 아직 경기 감각이 제대로 올라오지 못한 가운데 지난해까지 KS 2연패를 이룬 두산에 먼저 기선 제압을 당했다. 만약 2차전도 내줬다면 8년 만의 KS 우승이 더 힘겨워 졌을 터였다.
이런 가운데 양현종이 2차전 승리를 마운드에서만큼은 혼자 힘으로 책임진 것이다. 이날 양현종의 투구수는 122개. 그야말로 혼신의 힘을 다한 투구였다.
무엇보다 1-0 완봉승은 양현종이 역대 KS 최초다. 포스트시즌(PS)에서는 양현종 이전에 두 차례가 있었다. 1986년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김일융(당시 삼성), 1995년 PO 6차전에서 주형광(당시 롯데)이 기록했다.
이런 중요한 경기, 더군다나 1-0 리드 상황에서 선발 투수에게 끝까지 마운드를 맡겨 성공한 감독은 지금까지 없었다는 것이다. 살얼음 리드인 만큼 구위가 강한 필승조에게 바통을 넘기기 마련인 것이다.
점수 차가 넉넉하다면야 충분히 완봉투가 나올 수 있다. 그럼에도 KS 완봉승은 역대 KBO 35년 역사에 10번뿐이었다. 그럼에도 1-0 완봉승은 단 한번, 그만큼 대단하다는 것이다.
정작 본인은 몰랐다. 질문을 들은 뒤에야 본인도 깜짝 놀랐다. 경기 후 1-0 완봉승이 KS 최초라는 말을 전해들은 양현종은 "아! 그래요?"라고 입을 쩍 벌렸다.
하지만 자신의 기록보다 팀 승리에 대한 기쁨이 먼저였다. 양현종은 "기록은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팀이 이기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돼서 기쁘다"고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인생 경기'도 아직은 미완성이다. 양현종은 "지금까지 오늘처럼 젖 먹던 힘까지 다해서 던진 적은 처음"이라면서도 "오늘이 인생 경기가 아니냐?"는 말에 대해 "아마 그렇겠지만 팀이 우승을 한 뒤에야 더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게 바로 에이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