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저녁 서울 광화문 북측 광장에서 'CBS뉴스 보도 기능 부활 30주년 기념 콘서트'가 열렸다. 광장은 2000여 좌석을 가득 채운 시민들의 열기로 한껏 달아올랐다.
1954년 12월 15일 첫 전파를 송출하며 대한민국의 민영방송 시대를 열었던 CBS.
4.19 혁명 당시 학생시위를 유일하게 보도했고, 유신시대 민주화투쟁과 5·18광주민주화운동 등 한국 현대사의 주요 고비마다 용기있고 공정한 보도로 인권 향상과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1980년 쿠데타로 권력을 탈취한 전두환 군사정권의 언론 통폐합조치로 보도와 광고 기능까지 빼앗겨 빈사의 위기에 몰렸다. 기자와 PD 등 방송인력 170여 명은 KBS로 강제 전출됐다. 그야말로 암흑의 시기였다.
당시 시민사회와 기독교계는 ‘CBS기능정상화 100만인 서명운동’ 등을 펼치며 CBS의 보도 기능 살리기에 나섰다. 그리고 1987년 6월항쟁에 따른 후속 민주화 조치로, 그해 10월 19일 7년 만에 CBS는 뉴스를 재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영상을 통해 축하 메시지를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권력이 뉴스를 빼앗았던 암울했던 그 시절, 부당한 권력에 굴복하지 않고 맞서 싸운 CBS를 기억한다"며 "CBS의 역사에는 우리나라 언론과 민주주의의 역사가 새겨져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온 국민이, 전 사회가 새로운 미래를 향해 노력하고 있는 이때 참언론 CBS가 이러한 역할을 하는 데 적극 나서주실 것을 기대한다"며 "CBS가 한국 사회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 주실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30대 초반 인권변호사 시절 종로5가에 있던 CBS에 가끔 출연했었다"고 인연을 소개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CBS가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힘들다"며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평화가 들꽃처럼 피어나는 그런 세상은 CBS만 확실하면 되는 것 같다. 다른 언론도 CBS만 같아 달라"고 당부했다.
"우리는 취재한 바를 기록해 전함에 있어 어떠한 경우에도 권력과 자본의 회유와 위협에 굴하지 않는다."
"우리는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신장하고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이웃을 대변하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는 분단된 조국의 통일을 지향하며, 국민통합을 위해 힘쓴다."
"우리는 박애와 희생, 인간성 회복이라는 기독교적 가치를 지향한다."
"우리는 정의와 진실 추구라는 언론인의 사명에 충실하며, 높은 도덕성과 직업윤리를 바탕으로 이 시대 사관으로서의 무거운 책임을 잊지 않는다."
이날 콘서트에서 가장 큰 환호와 박수가 쏟아진 순간이었다.
콘서트 마지막 무대는 가수 양희은이 장식했다. 양희은은 CBS와 깊은 인연이 있다고 밝혔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재수하던 시절인 1970년 당시 종로5가 CBS에 가서 팝송 2곡을 녹음했고, 그것이 방송을 탔다"며, 그 일이 자신의 노래 인생에서 방송을 탄 첫 케이스라고 소개했다.
또 "1971년 가을학기에 15분짜리 '해프닝' 방송을 맡았는데, 너무 미숙해서 하루하고 짤렸다"며 "개인적으로 얼굴이 빨개지는 그 경험을 거름으로 삼아 다른 방송을 들으며 공부했다. 그 덕에 '세븐틴', '양희은의 정보시대' 등의 방송을 진행했다"고도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양희은은 "(CBS를) 많은 사람이 아끼고 사랑하니, 기대를 저버리지 말고 맹진하기를 바란다"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 양희은이 고른 엔딩곡은 '상록수'였다. 양희은과 CBS소년소녀합창단, CBS콰이어가 함께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