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인사검증라인 과부하에 부처 1급 인사 '답보'

국정운영 걸림돌로…靑, 인사검증 개선안 조만간 확정해 발표키로

청와대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170일이 지났지만 다수 부처의 1급 공무원 인사가 답보상태에 머무르면서 각종 정책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정철학을 이해하고 있는 장‧차관과 실무조직을 연결하는 1급 공무원은 실질적인 정책 입안과 실행을 주도하는 인사인데 이런 1급 인사가 늦어지면서 정책 추진에 탄력을 받지 못하는 모양새다.

26일 정부 부처 등에 따르면 국무총리실과 농림축산식품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행정안전부, 여성가족부 등을 제외한 다수의 부처에서 1급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1급 대부분은 사표를 제출한 상태지만 유임이 된 것도 교체도 된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공석인 1급 자리도 적지 않다.

이렇다 보니 많은 부처에서 자신의 거취조차 불명확한 1급과 1급의 지휘를 받아 일해야 하는 실무자들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것이 부처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국방부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국방개혁의 선봉장에 서야하지만 1급 인사 지연으로 개혁에 시동조차 걸지 못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국정원과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 중 가장 늦게 '개혁위원회'를 꾸렸지만 한 달에 한번 의례적인 회의만 이어가고 있다고 위원들은 입을 모았다.

이렇게 1급 인사가 답보 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청와대 인사‧검증 라인의 과부하가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

청와대 인사‧검증 라인은 장‧차관뿐 아니라 1급 공무원 등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검증도 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정권이 바뀌면 인사‧검증 라인이 인수위가 운영되는 2개월여 동안 1기 내각과 부처 첫 인사를 준비한다.

하지만 이번 정권은 인수위 없이 출범한데다 인사‧검증라인을 완비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고, 이들이 완벽하게 숙지하는 데도 시간이 소요되는 등 '물리적 한계'가 있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설상가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연말과 연초에 이뤄졌던 일부 부처의 정기 인사까지 정권 출범 이후로 밀리면서 인사검증 대상자가 대폭 늘어난 것도 무시할 수 없었다는 것이 청와대의 해명이다.

물리적 한계 속 밤낮 없이 업무에 매진하고 있지만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등 인사 실책이 이어지며 인사‧검증라인 책임론까지 불거지자 정신적‧체력적 부담 호소가 잦아졌다는 후문이다.

특히 조현옥 인사수석은 사석에서 '내년 지방선거까지는 일을 하겠지만 그 이후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취지로 어려움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과 검찰, 경찰 등 사정기관이 정부 요직에 갈 수 있는 주요 인물들의 활동상황을 정리해 놓은 존안(存案)자료를 청와대가 인사에 활용하지 않는 것도 인사 지연의 이유로 꼽힌다.

대선 때 문 대통령은 부처와 기관 등을 담당하는 '국내정보 담당관(IO‧Intelligence Officer)'이 속한 국정원 '국내 정보 파트'를 폐지하겠다고 공약했고, 서훈 신임 국정원장 취임 이후 해당 파트를 폐지한 것은 물론 기존에 있던 존안자료도 활용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존안자료를 활용하지 않고 세평(世評)을 새롭게 수집해 인사를 하다보니 이전 정부보다 인사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국정원의 탈정치화 등) 국정철학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당초 청와대는 1기 내각 인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개선된 인사‧검증시스템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예상보다 내각 인사 마무리가 지연되는 만큼 조만간 개선안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인사검증시스템 개선안을 마련해 최종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며 "조만간 개선안을 확정해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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