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불구속' 국정원 지침에 이인규는 격노했다

이인규 전 중수부장 (사진=자료사진)
이명박 정부때 원세훈 국정원장이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불구속 기소하라고 지침을 전달했을 당시 이인규 당시 대검 중수부장이 발끈하며 '격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최근 '논두렁 시계 사건'으로 알려진 국정원의 노 전 대통령 수사 관여 사건과 관련해 원세훈 당시 원장이 직접 관여한 사실을 발표했다.


개혁위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측근인 강모 단장(퇴직)을 시켜 이인규 전 중수부장에게 '고가시계 수수 사건은 중요한 사안이 아니므로 언론에 흘려서 적당히 망신을 주는 선에서 활용하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불구속 기소하라고 '지침'을 전달했다.

이같은 사실은 국정원 감찰팀이 국정원 메인서버에 저장된 '복명서'를 통해 사실 확인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원 전 원장 지시를 받은 강모 전 단장은 2009년 4월 21일 당시 검찰을 출입하는 국정원 정보관을 대동하고 이인규 중수부장을 직접 면담했고 정보관이 그 내용을'복명서'로 작성했다.

복명서는 원장 등 상관을 지시를 받은 직원이 관련 지시 내용을 이행하고 기록한 보고서이다.

복명서에는 심부름 간 강 전 단장이 이 전 중수부장에게 "원장님 뜻이다"라면서 "명품 시계는 망신만 주고 노 전 대통령을 구속하는 것은 정부에 부담이 되니까 불구속 기소를 하라고 전달했다"고 기술하고 있었다.

또 복명서에는 "당시 이 중수부장이 '국정원이 뭔데 (수사에 관여하냐)'며 '굉장히 화를 내고 언짢아 했다'"라고 기록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중수부장이 '망신주기' 지침보다는 '불구속 기소'라는 말에 더 화를 냈다는 것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사정당국 관계자는 그러나 관련 복명서에는 명품 시계와 관련 '망신만 주라'고 했지 '논두렁'과 관련된 어떤 단어도 나오지 않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망신주기를 국정원이 주도했는지, 아니면 검찰이 주도했는지는 여전히 미궁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퇴직한 강 모 전 단장에 대한 조사를 벌였지만 애매하게 시인할 뿐 확실하게 진술을 하지 않아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앞서 원 전 원장은 2009년 4월17일 모닝브리핑 회의에서 "동정 여론이 유발되지 않도록 온·오프라인에 노 전 대통령의 이중적 행태 및 성역 없는 수사의 당위성을 부각하겠다"는 당시 국내정보 부서의 보고를 받았다.

그리고 나흘 뒤인 20일에는 "검찰 측에 법과 원칙에 따른 성역 없는 수사를 지속 독려하는 한편, 언론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이중적 행태를 지속 부각, 동정 여론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보고를 받고 이를 승인했다.

이와관련 이 전 중수부장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 전 중수부장 행방과 관련 최근 미국 버지아주의 페어펙스에 있다는 '설'이 나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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