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 역전으로 재편된 방문진, MBC 파업 해결 나설까

노조 "김장겸 조속히 해임" 촉구, 사측 "방송장악 선봉" 방통위 비난

지난달 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열린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총파업 출정식에 '돌아와요 마봉춘!'이라는 현수막이 등장한 모습 (사진=이한형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효성, 이하 방통위)가 26일 오전, 약 2달 간 공석이었던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 이하 방문진)의 새 이사로 김경환 상지대 언론학부 교수, 이진순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 2명을 선임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연국, 이하 MBC본부)의 파업 53일째 만이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17. 10. 26. 방통위 방문진 보궐이사 2명 선임, 여야구도 5:4로 역전)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문진은 지난 2015년 8월 임기를 시작해 올해 2월 MBC 구성원들이 '불공정보도를 주도한 인물'이라고 우려한 김 사장을 선임했다.

또한 방문진은 김 사장을 비롯한 MBC 경영진의 무리한 경영 방식을 개선시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에는 방통위의 자료제출과 현장점검 요구에 불응한 바 있다.

하지만 방통위의 새 이사 선임으로 방문진의 여야 구도가 6:3에서 4:5 구도로 역전됐다. 박근혜 정권 당시 정부여당의 추천을 받았던 이사 6명 중 유의선, 김원배 이사가 차례로 자진사퇴하며 4명이 된 반면, 야당 추천을 받았던 이사는 5명(기존 이사 3명+새 이사 2명)으로 늘었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정권교체'가 있다. 아직 방문진 임기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정권이 바뀌어 '여당'이 자유한국당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여권 몫 빈자리 2석은 현재 정부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하게 됐다. 총 9명으로 이루어진 방문진의 정족수는 5명이기에, 이제는 여권 이사들만 뜻을 모으면 '의결'이 가능하다.

◇ MBC본부 "새로 정비된 방문진의 시급한 과제, 김장겸 해임"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MBC본부는 곧장 성명을 내어 방문진에 '김장겸 사장 즉각 해임'을 촉구했고, 방통위의 이사 선임을 강력 비판한 자유한국당에는 "MBC 정상화를 방해하지 말라"고 경고했으며, 방통위에는 '공영방송 정상화 책무'를 끝까지 이행하라고 당부했다.

반면 MBC는 "오래 전부터 이효성 위원장이 누차 밝혀왔던 공영방송 경영진 임면과 임기에 관한 학자적 양심마저 뒤집고 정권의 방송장악 선봉에 섰다"며 "이는 새로운 언론적폐 만들기로 기록될 것"이라고 혹평했다. 이어, 앞으로의 MBC는 '노영방송'이자 '새 정권의 부역자 방송 MBC'가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MBC본부 김연국 본부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총파업 53일째, 사실상 방송 기능이 마비된 사태를 맞고 있는데 MBC를 관리감독해야 할 방문진 이사 2명 공석 사태를 (방통위가) 오랫동안 방치해 왔다. 늦었지만 이사 선임이 돼 다행"이라고 밝혔다.

이어, "새 보궐이사들이 들어가 재편된 방문진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김장겸 사장 즉각 해임이다. 그것만이 이 사태를 해결하고 MBC 정상화를 이루며 공영방송 문제의 첫 단추를 푸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파업은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김 본부장은 "(김 사장이) 해임되는 날까지 총파업은 흔들림 없이 유지하겠다는 게 저희 원칙이다. 또한 방문진이 끝까지 책임을 다하는지 지켜보겠다"고 전했다.

'새 정권의 부역자 방송 MBC가 될 것'이라고 우려한 사측 입장에 대해서는 "지난 7년간 MBC는 정치권력에 부역하는 방송을 했고, 그 핵심에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내려꽂은 방문진 적폐이사들이 있었다"며 "새 이사 선임은 공영방송 가치를 되살리는 일이다. '정권 부역'이라고 하는 건 적반하장"이라고 지적했다.

◇ '재편'된 방문진, 앞으로의 움직임은

앞서 방문진 현 여권 이사 3인은 지난 23일 오후, 고영주 이사장 불신임안을 사무국에 제출했다. 불신임 사유는 △MBC의 불법경영과 경영진 부도덕 은폐 △감독기관이라는 방문진의 기본 책무 방기 등 총 6가지였다.

방문진은 오는 2일 열리는 정기이사회에서 이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오늘 새로 선임된 이사 2명은 결격사유 여부를 확인한 후 정식 임명되는데, 2~3일 정도 소요돼 정기이사회 전 임기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의 임기는 내년 8월까지다.

신임 보궐이사로 선임된 김경환 교수는 같은 날 통화에서 "(방문진에) 너무나 많은 문제들이 있었다. MBC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데에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고, 그분들에 대해서는 조치를 취하는 쪽으로 조속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정식 임명이 되면 기존 이사들과도) 추후 대응을 상의할 것"이라며 "각계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지만 시청자·국민 여론의 큰 방향성은 거의 나왔다고 본다. 절차상으로 조속히 해결할 방법이 어떤 것이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전했다.

이진순 위원은 "아직 정식 임명절차를 다 밟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드릴 수 있는 말씀이 별로 없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MBC 대주주는 방문진이지만 공영방송의 진짜 주주는 결국 국민들이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의 뜻을 어떻게 받아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 여권 이사들은 고영주 이사장 불신임안에 이어 김장겸 사장 해임안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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