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제갈창 부장판사)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과 특수공갈, 절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엄모(31)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고 26일 밝혔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엄씨는 지난해 6월 고등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2급 지적정애 여성 A(31)씨를 제주시내 모텔에 데려가 성폭행했다.
그 이후부터 엄씨는 A씨를 3개월 동안 모텔과 자신의 집 등에 데려가 4차례에 걸쳐 성폭행했다.
또 엄씨는 자신과 교제하던 20대 여성을 때려 수백만원을 갈취하기도 했다.
엄씨는 지난해 11월 30일 오후 2시 50분쯤 제주시내 한 은행 앞에서 자신과 교제하던 지적장애 2급 B씨(26·여)씨에게 체크카드를 만들도록 시킨 뒤 5백만 원을 빼돌렸다.
당시 엄씨는 카드를 만들기 싫다던 B양을 손으로 때리고 위협했다.
지난 3월에는 후배의 소개로 알게 된 3급 지적장애 여성 C씨(22)를 제주시내 초등학교로 불러 술을 마신 뒤 '소주병'으로 위협해 1만5천 원을 빼앗는 등 5월까지 C씨로부터 16만 원을 빼앗았다.
같은 기간 또 다른 3급 지적장애 여성 D씨(20)에게도 소주병 등으로 위협하며 30만 원 상당을 갈취하기도 했다.
엄씨는 범행 후 경찰에 신고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못하도록 윽박지르거나 음식을 사주며 피해자들을 달랬고, 심지어 자신과 통화한 기록 등을 삭제하기까지 했다.
엄씨 변호인 측은 "엄씨가 사실상 지적장애 3급에 해당한다"며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특정 피해자 1명을 지속적으로 성폭행했고, 금전이 필요할 때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적장애인을 1명씩 불러 독대하며 범행한 점을 비추어 보면 단순 충동으로 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자신의 행위가 범죄 행위를 인식하면서 그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고 상당히 주의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