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의 뚝심 "(잔)머리 써서 잘 되는 걸 못 봤다"

올해 후반기에 가을야구에서 불안했던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를 25일 KIA와 한국시리즈 1차전에 그대로 선발 투입해 승리를 거둔 두산 김태형 감독.(사진=두산)
불안감이 있었지만 선수를 믿었다. 그리고 최고의 결과를 얻어냈다. 적중한 선택은 다음 경기의 승산을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져왔다. 믿음과 뚝심의 야구로 대변되는 김태형 두산 감독이다.


두산은 25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한국시리즈(KS) 1차전에서 5-3 승리를 거뒀다. 역대 1차전 승리팀의 KS 우승 확률 75.8%(33번 중 25번)를 가져갔다.

이날 경기 MVP는 선발 더스틴 니퍼트였다. 6이닝 4탈삼진 5피안타(1홈런) 3사사구 3실점으로 승리의 발판을 놨다. 5회말 로저 버나디나에 3점 홈런을 내준 체인지업 실투 1개가 아쉬웠지만 그래도 정규리그 팀 타율(3할2리)과 득점(평균 6.29개) 1위의 KIA 타선에 퀄리티스타트로 제몫을 했다.

당초 니퍼트는 올해 후반기부터 이상 징후를 보였다. 전반기에는 9승6패 ERA 3.41로 선전했지만 후반기 5승2패 ERA 4.99에 그쳤다. 8월31일 KIA전 4이닝 7실점(6자책), 9월6일 한화전 5이닝 6실점, 6일 뒤 NC전에는 3⅓이닝에 무려 11실점했다. 이 3경기를 포함해 5경기 연속 피홈런도 기록했다.

가을야구에서도 썩 결과가 좋지 않았다. NC와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5⅓이닝 6실점(5자책)으로 패전을 안았다. 삼진 9개를 잡아냈지만 8안타와 사사구 3개를 내줬다. 피홈런도 1개 있었다.

무엇보다 올해 KIA에 약했다. 니퍼트는 정규리그 KIA전 4경기 1승3패 ERA 9.00에 그쳤다. 광주 원정은 3경기 1승2패 ERA 11.77로 더 나빴다.

25일 KIA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6이닝 3실점으로 승리투수와 경기 MVP에 오른 두산 더스틴 니퍼트.(자료사진=황진환 기자)
KIA에 강했던 또 다른 선발 장원준과 대비되는 성적. 올해 장원준은 KIA에 4전 전승에 ERA도 2.84였다. 광주 원정 1경기에서도 7이닝 6탈삼진 5피안타 1볼넷 무실점이었다. 두산으로서는 1차전의 중요성을 감안해 장원준을 선발로 세우는 카드도 있었다.

하지만 두산의 선택은 니퍼트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고, 두산은 2차전 선발 대진도 밀리지 않게 됐다. 장원준은 올해 14승9패로 20승6패의 KIA 양현종보다 승수는 적었지만 ERA는 3.14로 3.44의 양현종에 앞섰다. 무엇보다 양현종은 올해 두산전 2경기 1승1패 ERA 6.17이었다. 지난해도 3경기 1승2패 ERA 6.50이었다.

1차전 뒤 김태형 감독은 "니퍼트가 에이스답게 잘 던져줬다"고 칭찬했다. 이어 "에이스가 맞을 때도 있고 잘 던져서 이길 때도 있다"면서 "그러나 확실히 에이스가 던져 이겼을 때 팀의 분위기가 훨씬 좋아진다"고 이날 승리의 의미를 강조했다.

장원준을 당겨쓰는 방안도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김 감독은 "나도 야구를 몇 십 년 했는데 그렇게 머리를 써서 잘 되는 걸 못 봤다"면서 "우리 에이스이고 항상 투수들 본인도 등판 순서를 알고 있기 때문에 그대로 하는 게 괜찮은 방법"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여기에 "에이스의 자존심도 있었다"는 부연 설명이다.

그러면서 두산은 최상의 분위기로 2차전을 치르게 됐다. 일단 원정에서 1승1패를 확보한 가운데 잘만 하면 2승까지도 노려볼 수 있다. 나란히 홈런을 날린 좌타 거포 듀오 김재환, 오재일에 박건우 등 타선도 감각을 이었다.

니퍼트의 활약에 이어 등판한 함덕주, 김강률 등 불펜 필승조도 구위를 뽐냈다. 김 감독은 "사실 8회 무사 1, 2루에서 김강률을 올렸는데 큰 경기 경험이 없어 걱정했다"면서 "그러나 너무 여유있게 잘 던졌고, 그에 앞선 함덕주까지 굳이 평가하지 않아도 너무 좋은 투구를 했다"고 칭찬했다.

김 감독은 "이들이 잘 던져서 감독으로서 좀 편안하다"고 웃었다. 이어 "우리 야구를 차분히 하다 보면 좋은 결과 있지 않을까요?"라고 남은 경기 기대감도 드러냈다. KS 1차전을 지배한 김 감독과 두산의 뚝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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