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개혁위원회는 지난 23일, 고 사장이 '검찰의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에 국정원이 개입했다'는 의혹 보도를 하지 않는 명목으로 국정원에게 200만 원을 수수했다는 증거와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고 사장은 KBS를 통해 '국정원 관계자로부터 돈 받은 사실이 없고 기사 대가로 받은 적도 없다'고 해명했으나, 실제로 관련기사가 보도되지 않았고 기존에도 보도국 수뇌부로서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것을 이유로 노조는 진실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 높이는 중이다.
그런 와중에 고 사장이 ABU 아시아태평양방송연합 총회 참석 차 오는 30일 중국으로 출국한다는 소식이 전해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 새노조)는 25일 성명을 내어 검찰에 '출국금지'를 촉구했다.
새노조는 "지금이 ABU 총회 자리에 참석할 때인가? 본인이 국정원 공작비 200만 원에 KBS뉴스를 팔아먹었다는 전례없는 저널리즘 파괴 의혹이 구체적인 물증과 함께 제기된 상황에서 가기는 어딜 간단 말인가. 수사망이 좁혀오자 밀항을 시도하는 범죄자 아니냐는 조롱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새노조는 현재 52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는 점, 그로 인해 역대 최대 규모 방송 파행이 이어지는 점, 내년 초로 예정된 평창올림픽에도 타격이 예상되는 점 등을 들어, 출국을 앞둔 고 사장을 비판했다.
이어, "검찰은 즉각 고대영을 출국금지하라! 뇌물 혐의로 국정원이 수사 의뢰할 예정인 사실상의 범죄 피의자가 해외로 도피할 판인데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며 "(고 사장은) 수사기관의 소환과 기소를 기다려라"라고 경고했다.
새노조는 26일 KBS기자협회와 함께 고 사장을 △형법상 수뢰 후 부정처사죄(공소시효 10년) △국정원법상 직권남용죄(공소시효 7년) △방송법 위반(공소시효 5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할 예정이다.
한편, 고 사장은 25일 오후 열린 KBS이사회에 참석해 국정원 돈 수수 의혹에 대해 다시 한 번 부인했다. 'PD저널' 등의 보도에 따르면 고 사장은 "KBS 보도국장이 국정원 IO(정보관)하고 그렇게 쉽게 접촉을 하나. 언론사에 있던 이사들도 그러지 못 하는 거 다 아시지 않나. 돈 받은 적 없다. 그쪽이 내놓은 주장일 뿐"이라고 밝혔다.
다만 KBS 보도국장이 국정원 정보관을 만나 돈을 받았다면 징계감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건 당연히 징계감"이라고 답했다. 또한 고 사장은 "KBS 사장 임기를 3년으로 보장한 것은 KBS 독립을 위해서"라며 "제가 사장으로서 후배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은 KBS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키는 일"이라고 해 '자진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고 사장은 25일 아침 발언 때도 "젊은 구성원들이 자기가 살아갈 직장을 자해하고 있는 게 진짜 안타깝다, 경쟁력은 한번 떨어지면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종편이 생긴 상황에서 이러면(파업을 하면) 종편으로 넘어간 광고는 지상파로 돌아오지 않을 것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