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정권 보안사, 5.18 유족 '분열' 조장…'온건'·'극렬'로 나눠 관리

온건 가족에는 '지원금' 지급, 유사시 군 동원까지 계획

5.18 민주화 운동 이후 군 보안사(현 기무사)가 회유와 사찰, 루머 유포 등을 통해 유족간 분열을 조장하고 민심을 왜곡하는 공작을 펼친 정황이 담긴 문건이 공개됐다.

문건에 따르면 당시 보안사는 1981년부터 1988년 까지 유족들을 극렬측과 온건측으로 구분해 일명 '물빼기 작전(와해작전)'을 펼치는 등 유족들의 분열에 적극 나섰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26일 공개한 전두환 정권 당시 보안사의 '순화계획'에 따르면 보안사는 온건한 유가족에게는 '지원과 육성활동'을 실시하고, 반발이 심한 유가족에 대해서는 루머를 유포했다.

1985년 3~4월쯤 작성된 '정보사업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유가족을 극렬측, 온건측으로 구분하고, 극렬측에 대해서는 '1대 1' 조를 짜서 사찰을 했으며 회유를 통해 12세대 15명을 빼오는데 성공했다는 성과도 적혀있다.


1985년 3, 4월 경에 작성, 정보사업계획 (사진=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실 제공)
온건측에 대해서는 군인과 사망 군인의 유가족을 이용해 '취업알선', '자녀학비면제' 등의 지원을 통해 유가족의 정기적인 월례모임을 축소시켰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분열·회유' 활동 경과는 분기별로 심사한 뒤 사령부에 보고했으며 이를 위해 분기별로 36만원(1년 144만원)을 사용했다.

이외에도 유사시 군 동원을 염두에 두고 5.18 당시에 투입된 공수부대가 받았던 시위진압 훈련인 '충정훈련'을 실시하며 비상 대기하도록 했다. 제2의 5.18을 준비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앞서 문건보다 7개월 뒤인 1985년 11월 6일에 작성된 '광주 5.18유족 순화 사업 추진 중간보고'에서는 '물빼기 작전'의 중간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여기에는 '루머'를 퍼트려 상호불신을 조장해 온건 측 유족이 늘고, 극렬측 유족이 줄었다는 성과가 기재돼 있다.

이보다 앞선 81년 5월 28일에 작성된 '광주사태 1주년 대비 예방정보활동'에서는 불의의 사태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위령제 등 각종 추도행사 기획 봉쇄', '불순세력군의 잠복활동 와해'를 활동방향으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전남대의 특정 서클을 와해하기 위해 학군단에 비용을 지원해 첩보수집 활동을 하도록 했다. 또 천주교와 기독교 등 종교인의 추모예배를 막기 위해 250만원의 예산을 들여 종교인 68명을 제3땅굴과 판문점 등에 견학 시켰다.

여기에는 구속자 가족의 미 공보원 농성을 해체시키기 위해 미국CIA에 협조를 구한다는 대목도 나온다.

1986년 2월에 작성된 '광주사태 관련 유족 순화 계획'에는 유족 중 문제인물에 대한 비판을 유도하는 한편, 군 관련 유족에 월 2만원, 온건 유족에 월 5만원을 지급할 계획을 담고 있다.

1986년 2월 작성, 광주사태 관련 유족 순화 계획 (사진=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실 제공)
이외에 시점을 알 수 없지만 가장 마지막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는 '광주 사태 관련자 순화'라는 한 장짜리 문서에는 88년 1월부터 12월까지 추진된 '광주사태 관련자 순화'의 실적과 성과를 적어놨는데 주요 실적에 '온건 유족회원이 강경 유족회 계주 부부를 폭행했다'는 사실을 기재하기도 했다. 온건 유족이 강경 유족을 폭행한 것을 성과로 본 것이다.

마지막으로 작성 시점을 알 수 없는 '5.18 온건 유족회'라는 1장짜리 문서는 온건 유족회의 현황과 편성을 소개하고 잇다. 유족회의 영향력과 활용도를 각 C급으로 표기해, 광주사태 문제 이외의 영향력이 없다는 분석을 실었다.

이철희 의원은 "1981년부터 88년까지 보안사가 5.18 유가족과 단체, 광주시민을 대상으로 '순화계획'의 이름으로 저지른 와해 및 회유 공작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5.18 민주항쟁과 관련해 표출됐던 다툼과 갈등이 전두환 정권이 군정보기관 보안사를 앞세워 벌인 더러운 공작의 결과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건에 이종구 당시 보안사령관의 결재사인은 5.18 진상조사 특별법 통과와 진상조사위원회를 통한 철저한 진실규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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