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할게요" 故 조진호 감독을 향한 이정협의 사부곡

이정협.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감독님이 계실 때 이런 모습을 보여드렸으면 좋았을 텐데…."

2015년 상주 상무 소속이었던 이정협(부산 아이파크)은 한국 축구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당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부름을 받아 태극마크를 단 뒤 국가대표 골잡이로 활약하며 슈틸리케의 황태자라는 애칭도 얻었다.

하지만 전역 후 부산을 거쳐 임대를 떠난 2017년 울산 현대에서 주춤했다. 30경기에 출전했지만, 4골이 전부였다.


그런 이정협을 고(故) 조진호 감독이 잡아줬다.

부산으로 복귀한 이정협은 날개를 달았다. K리그 챌린지였지만, 개막 7경기 연속 골을 터뜨렸다. 하지만 5월 발목 인대 부상으로 2개월 가까이 결장했고, 8월에는 코뼈 골절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부상을 털고 복귀해 다시 컨디션을 끌어올릴 시점에 비보가 날아들었다. 지난 10일 조진호 감독이 급성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소식이었다.

이후 이정협도, 부산 선수단도 하나로 뭉쳤다. K리그 클래식 자동 승격은 실패했지만, 승강 플레이오프를 거쳐 하늘로 떠난 조진호 감독에게 승격이란 선물을 안겨주겠다는 각오였다. 또 준결승까지 올라온 FA컵 우승 트로피도 영전에 바치겠다는 각오로 더 많은 땀을 쏟았다.

부산은 25일 수원과 FA컵 준결승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했다. 이정협은 0-1로 뒤진 후반 32분 동점골을 넣었다.

이정협은 "아직도 수원을 이겼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면서 "선수들이 너무 잘 해줘서 어렵게 승리를 했다. 이런 모습을 감독님께서 원하셨는데 아쉽게 같이 나누지 못했다. 어렵게 올라간 만큼 감독님이 원하셨던 결과를 가져오고 싶다"고 말했다.

이정협은 올해 K리그 챌린지에서 25경기 9골을 기록했다. 개막 7경기 연속 골을 넣었지만, 이후 부상 등으로 주춤했다. 이정협이 하늘로 떠난 조진호 감독에게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인 이유다.

이정협은 "감독님이 계실 때 이런 모습을 보여드렸으면 좋았을 텐데 안 계실 때 이런 모습을 보여드려 너무 죄송하다"면서 "감독님께서 항상 말씀하셨던 것을 경기장에서 되새기다보니 골도 넣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동점골을 주인공이지만, 역적이 될 뻔했다. 승부차기 세 번째 키커로 나서 실축했기 때문. 다행히 수원 세 번째 키커 조성진이 실축했고, 골키퍼 김형근이 네 번째 키커 김은선의 슛을 막아내며 부산이 FA컵 결승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정협은 "120분 동안 열심히 잘 했는데 나 때문에 질 뻔해서 너무 죄송했다"면서 "형근이가 막내답지 않게 잘 해줘서 나에게 선물을 해준 것 같다"고 웃었다.

이제 부산의 목표는 K리그 클래식 승격과 FA컵 우승이다. 이미 챌린지 2위는 확정한 상황에서 승강 플레이오프 준비에 들어갔다. 첫 목표는 승격이지만, FA컵도 놓칠 수 없다. 특히 FA컵 결승 상대는 지난해 이정협이 뛰었던 울산이다.

이정협은 "2위가 확정됐지만, 남은 경기도 소흘히 할 생각은 없다.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잘 준비해 어느 팀과 해도 무조건 이기겠다"면서 "FA컵 결승 상대가 울산이라고 해서 남다르지 않다. 울산에서 좋은 활약을 못해 팬들에게 죄송했다. 다른 팀으로 만나게 된 만큼 최선을 다해 꼭 울산이라는 팀을 꺾어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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