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참은' 이승엽 대행 "감독님이 한 경기 뛰어주고 가셨다"

FA컵 결승에 안착한 부산 아이파크.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상대 위험한 찬스가 빗나갈 때 하늘을 한 번씩 봤습니다."


부산 아이파크 이승엽 감독대행은 기자회견장에 들어오면서부터 "울면 안 되는데"라며 애써 눈물을 참았다. 하늘로 떠난 고(故) 조진호 감독에게 바치는 승리. 기쁨보다 복받쳐 오르는 슬픔이 더 컸다.

이승엽 감독대행은 25일 FA컵 준결승에서 수원 삼성을 꺾은 뒤 "준비했던 것을 초반부터 잘 따라줬다. 위기도 있었지만,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잘 대응해준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면서 "솔직히 말하면 가장 먼저 감독님 생각이 많이 났다. 복받치는 감정을 자제하고, 선수들과 함께 기쁨을 나눴다"고 말했다.

이승엽 감독대행은 클럽하우스에서 조진호 감독과 한 방을 썼다. 감독, 코치 직책이었지만, 친형제나 다름 없는 사이였다. 방에 있는 유품도 직접 정리했다. 그런데 수원전을 앞두고 미처 치우지 못한 조진호 감독의 속옷을 발견했다. 그리고 조진호 감독과 함께 한다는 마음으로 그 속옷을 입고 경기장으로 향했다.

이승엽 감독도행은 "상대 위험한 찬스가 빗나갈 때 하늘을 한 번씩 봤다. 솔직히 감독님은 친형제 같은 사이였다"면서 "같이 방을 썼다. 빨래 등 유품을 다 정리했다고 생각했는데 속옷 하나가 있었다. 그 속옷을 입고 나와서 경기했다. 그것 때문은 아니지만, 감독님이 선수들과 한 경기 같이 뛰어주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속으로 눈물을 삼켰다.

갑작스러운 비보. 이승엽 감독대행도 갑작스럽게 부산 지휘봉을 잡았다. 그럼에도 리그와 FA컵에서 하늘에 있는 조진호 감독에게 연이어 승리를 선물하고 있다.

이승엽 감독대행은 "내가 잘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감독님과 지내면서 어깨 너머로 훈련 세션이나 선수들을 어떻게 휘어잡고 풀어주는지 배웠다. 지금도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내가 한 마디하면 선수들도 감독님이 말하는 것이라 생각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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