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이날 경기의 시구자로는 '해태 왕조'를 이끌었던 김응용 전 감독이 나설 예정이었다. 실제 김 전 감독이 마운드로 걸어나가며 시구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후 진짜 시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김 전 감독은 문 대통령의 시구 연습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한국 야구대표팀의 점퍼를 입고 등장했다. 1만9600명 만원 관중 앞에서 힘차게 시구했다.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는 문 대통령을 연호하는 함성으로 가득 찼다. 시구 이후 문 대통령은 두산 김태형 감독, KIA 김기태 감독과 차례로 인사를 나눴다. KIA 더그아웃을 찾아 김정숙 여사와 함께 선수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이날 시구로 문 대통령은 또 하나의 대선 공약을 지켰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 대선 선거 운동 기간 '2017 투표 참여 리그'라는 야구 관련 이벤트를 진행했다. 투표 독려를 위해 진행한 이 이벤트는 투표 인증샷을 '문재인닷컴'에 올린 뒤 응원하는 팀을 선택해 가장 많은 투표 인증샷을 올린 팬들의 팀을 찾아가 첫 번째 시구를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치열한 경쟁 끝에 KIA가 5217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KIA가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면서 문 대통령의 첫 시구 현장은 한국시리즈 1차전이 됐다.
또 다른 팬 최은정(33·여) 씨는 "KIA가 정규시즌 우승한 것도 기쁜데 사랑하는 문재인 대통령님이 깜짝 방문해 시구까지 해줘서 더 좋다"면서 "이 기운을 받아 KIA가 당연히 우승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문 대통령의 야구 사랑은 이미 잘 알려진 내용이다. '야구 명문' 경남중-경남고 출신의 문 대통령은 2012년 한 야구 관련 사이트에 직접 "'동네야구 4번 타자' 문재인 인사드립니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경희대 재학 시절에는 교내 학년 대항 야구대회 주장을 맡아 팀을 우승으로 이끈 경험도 있다.
롯데 자이언츠의 '무쇠팔' 고(故) 최동원 감독과도 인연이 있다. 문 대통령은 1988년 최 전 감독이 중심이 됐던 프로야구 선수협의회 구성에 관련한 법률 자문을 맡으며 야구와 함께했다.
시구를 마친 문 대통령은 3개의 야구공에 직접 서명을 한 뒤 직접 시구한 공은 야구박물관에, 나머지 두 개는 KIA와 두산에 기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