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은 이른바 'SH공사판 블랙리스트'를 가지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변창흠 SH공사 사장을 몰아붙였다.
"SH 공사 직원들의 정치성향이나 박원순 시장과의 친분, 지지 여부를 구분해 인사상 불이익을 준 문건이 드러났다. '박 시장' 란에 X로 표시된 전 모 본부장은 처장으로 강등돼 결국 옷을 벗었다. 신모 처장과 심모 처장은 한직으로 쫓겨났거나 아예 보직 해임당했다는 내용이다."
김 의원은 박 시장에게는 "이것이 전 정권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무엇이 다르냐"고 물으며 해당 문건을 '박원순 블랙리스트'로 규정하기도 했다.
이어 변 사장에게는 "이것을 누구랑 작성했냐"며 "위증죄로 처벌 받을 수 있으니 정확히 답변하라"고 윽박질렀다.
"문서가 실제로 작성됐는지 확인이 먼저 필요하다"는 박 시장의 반박에도, "인사상의 불이익은 잘못 해석했거나 오해가 있었던 것이다"는 변 사장의 항변에도 막무가내였다.
SH 공사를 상대로 사실관계를 체크해 보았다.
강등돼 옷을 벗었다는 전 모 본부장은 1급에서 출자회사의 임원으로 사실상 승진해 일하고 있었다. SH공사 측은 "전 본부장의 현재의 급여나 근무조건이 공사 보다 훨씬 우월하기 때문에 어리둥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가하면, 신 처장은 임원(이사)인 주거복지본부장으로 영전해 있는 상태였고, 심 처장 역시 현재 사장의 측근들이나 가는 감사실장으로 재임중이었다.
김 의원이 목청 높였던 '강등'도 '해고'도 '좌천'도 '해임'도 모두 새빨간 거짓이었다. 김 의원이 국감장에서 흔들었던 '블랙리스트'는 누군가 의도를 가지고 만든 '괴문서'로 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이날 김 의원의 서울시에 대한 첫 질의는 이 '괴문서'에 대한 것이 전부였다.
변 사장의 해명을 들으며 김성태 의원의 질문을 수상히 여긴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은 예정에 없던 이 '괴문서'에 대한 질의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강 의원은 변 사장을 상대로 해당 리스트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현직을 하나씩 확인해가며 사실과 다르다고 결론지었다.
그는 "블랙리스트가 왜 이러냐. 오히려 화이트 리스트 아니냐"며 허탈해했다.
강 의원은 특히 "작년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이후 블랙리스트라면 온 국민이 벌벌 떤다. 이대로 놔두면 서울시 행정이 마비되고 공무원들 전체 사기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며 "저 괴문서의 출처를 반드시 찾아서 관련자를 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정감사를 농락한 '괴문서' 사건은 박 시장이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일단락됐다.
이날 괴문서는 임기 만료를 앞둔 변 사장의 연임을 저지하기 위한 공작에서 나온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변 사장의 경영 혁신에 불만을 품은 내부의 음모라는 얘기다.
하지만 변 사장은 3년간 SH공사를 경영하면서 안팎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박근혜 정부 행안부의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에서는 2015년 '다'이던 것을 2016년 '나'로 끌어올렸고, 15개 지방공기업 도시개발군 순위 평가에서도 2015년 7위에서 2016년 4위로 견인했다.
서울시 내부 평가인 핵심가치평가에서는 2015년 C였던 SH공사의 등급을 2016년에는 A로 상승시켰다.
이 같은 경영 능력 때문인지 변 사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박 시장 역시 그런 변 사장을 SH공사 사장에 재임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날 괴문서 사건에 대해 "자신의 인사에 불만을 품은 일단의 검은 무리들이 능력 있는 경영자의 중임을 저지하기 위해 꾸민 실패한 쿠데타"라는 평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