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딴 개물림 사고…대안으로 떠오른 반려견 놀이터

"뛰놀 수 있는 공간 늘려야" vs "안전, 위생문제 심각"…지자체 '골머리'

반려견에 의한 인명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반려견 전용놀이터 설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25일 오후 경기 용인시 기흥레스피아 반려견 놀이터를 찾은 견주들과 반려견들.(사진=김양수 기자)
국내 유명 한식당의 대표가 최근 이웃집 개에 물려 사망하는 등 반려견에 의한 인명피해가 잇따르면서 반려견들의 스트레스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반려견 전용놀이터 설치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반려견들의 스트레스를 줄여 공격성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야외에서 자유롭게 뛰놀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하지만 반려견 배설물의 악취 등을 이유로 반려견 놀이터를 혐오시설로 인식한 지역 주민들의 민원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반려견 놀이터를 두고 주민들간 갈등의 수위가 높아지자 놀이터 설치 계획을 세웠던 지자체들 중 일부는 계획을 철회했다.

◇ "더 많이 생기길" vs "더 이상은 안돼"… 주민갈등 심화


25일 오후 폐장이 임박한 시간에도 경기도 용인시 기흥레스피아 공원 내 반려견 놀이터는 50여명의 주민들이 반려견들과 함께 잔디밭을 뛰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반려견과 함께 이곳을 찾은 박모(35·여)씨는 "(강아지를) 풀어 놓고 산책할 수 있고, 반려견의 사회성까지 기를 수 있어 놀이터를 자주 찾는다"며 "당연히 놀이터가 많이 생기길 원한다. 요즘 워낙 반려견 피해 문제가 많아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기 어려운데 사람들과 분리 공간을 만들면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개장한 이곳은 하루 평균 150여명이 찾는 무료 시설로, 반려견 놀이터는 전국 14곳에서 운영중이다.

반려견 인구가 1천만 명에 달하면서 반려견 놀이터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개물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반려견 놀이터'가 주목받고 있다.

올해 상반기 개에 물려 병원에 이송된 피해자는 모두 1천125명에 달하는 등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다.

전문가들은 평소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반려견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사회성을 기르며 주민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반려견 놀이터 설치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용인시동물보호협회 기미연 대표는 "반려견 인구가 계속 늘고, 강아지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은 부족해지니 전용 놀이터 설치를 통한 주민 갈등을 줄여야 한다"며 "계속 발생하는 분쟁을 줄이기 위해 지자체마다 그런 노력들을 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지자체마다 반려견 전용 놀이터 건립 등이 추진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찬반 입장도 극명히 갈리고 있다.

레스피아 공원 인근 다세대주택 주민들은 용인시에 놀이터 폐쇄 등을 요구하며 수 백 통의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주민 김모(52)씨는 "한정된 공간에 반려견들 배설물이 아무 곳에 노출되다 보니 냄새가 심하다"며 "쾌적한 공간이여야 하는데, 소음까지 발생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불편을 감수해야 하지만, 놀이터를 추가 설치한다면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25일 찾은 경기 용인시 기흥레스피아 반려견 놀이터. 안전펜스가 설치돼 있지만 이곳을 찾는 상당수 시민들은 안전문제 등을 이유로 놀이터 폐쇄 등 관련 민원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사진=신병근 기자)
◇ 지자체 '민원폭탄' 골머리… 서울 도봉구 사례 '대안'

이런 사정은 다른 지자체들도 마찬가지다.

경기 의왕시는 왕송호수공원과 백운호수공원에 각각 반려견 놀이터를 설치할 예정이지만, 이미 반려견 놀이터를 운영중인 인근 수원시와 용인시가 '민원 폭탄'을 맞는 것을 고려해 주민의견 수렴 방법을 놓고 고심중이다.

수원시는 올해 지역별 주요지점에 반려견 놀이터를 1개소씩 조성할 계획이었지만 반대하는 주민들로 인해 광교호수공원을 제외한 추가 조성이 무산됐다.

반려견 놀이터를 반대하는 민원에 부딪혀 설치를 완료하고도 폐쇠된 곳도 있다.

서울 서초구는 지난 6월 반포 근린공원에 660㎡ 규모의 반려견 놀이터를 조성했으나 안전을 우려한 주민들의 반대 민원에 결국 개장을 포기했다.

이런 이유로 반려견 놀이터를 주민 생활공간과 떨어진 곳에 설치, 민원발생을 최소화한 서울 도봉구의 사례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도봉구 반려견 놀이터는 초안산 창골축구장 내 800㎡ 규모로 지난 17일 문을 열었다.

이곳은 주택단지와 이격된 곳에 위치한데다 관리직원 2명이 상주해 목줄, 대형견 입마개 착용과 어린이·성인 동반 입장을 안내하는 등 안전사고 예방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부정령 도봉구 보건위생과장은 "위치가 주택단지와 한참 떨어져 있어 주민들의 민원은 없다"며 "운동 시설과의 거리도 있어 불편하다는 민원은 없다. 앞으로 수요가 늘어나면 공간을 넓혀 놀이터 공간을 더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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