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훈련을 마친 KIA 김민식은 생애 첫 가을야구에 나서는 부담감은 없어보였다. 김민식은 "특별히 긴장되지는 않는다"면서 "오히려 빨리 경기를 하고 싶다"고 미소를 지었다.
KS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김민식은 "오늘 선발 투수 헥터 노에시의 공이 좋다"면서 "홍백전 등 훈련에서도 힘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두산 타자들이 플레이오프(PO)에서 타격감이 좋더라"면서 "그러나 우리 투수들도 3주를 쉬었기 때문에 체력을 비축했다"고 강조했다.
NC와 PO에서 2~4차전 평균 15점을 올린 두산의 파괴력이 KS에서는 쉽지 않다는 것. 김민식은 "NC 투수들도 공이 좋았지만 준PO 등 접전이 이어지면서 힘이 떨어진 것 같았다"면서 "두산이 아마도 KS에서는 PO처럼 치지 못할 것 같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두산 선발 마스크를 쓰는 박세혁과 대화 내용도 들려줬다. 김민식은 "세혁이가 PO를 하는데 '바지에 변을 보는 줄 알았다'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그만큼 큰 경기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는 것.
김민식은 박세혁과 프로 동기이자 군대 선배다. 2013시즌 뒤 박세혁이 상무에 입대했을 때 김민식은 1년 선임이었다. 김민식은 "같이 방을 썼는데 박세혁이 방졸이었다"고 말하며 취재진의 웃음을 자아냈다.
▲김민식 "긴장 안 돼" vs 박세혁 "뻥이야"
박세혁도 입담에서 지지 않았다. 이날 훈련을 마친 뒤 박세혁은 김민식의 말을 전해듣더니 "내가 '바지에 변을 볼 것 같았다'고 한 것은 그만큼 가을야구가 힘들다는 경험을 들려준 것"이라며 짐짓 포스트시즌(PS) 선배의 의젓함을 보였다.
지난해 박세혁은 PS 엔트리에 들었지만 출전은 하지 못했다. 국가대표 포수 양의지가 KS 4경기를 모두 치르며 MVP까지 오른 까닭. 그러나 양의지가 올해 PO에서는 허리 통증을 호소하면서 박세혁이 3차전 1회 교체 투입됐고, 4차전에는 선발로 경기를 마쳤다.
결과도 좋다. 박세혁은 3, 4차전 승리와 팀의 KS 진출을 이끌었다. 타석에서도 타율 4할4푼4리(9타수 4안타) 1타점 4득점을 기록했다. 포수 출신인 김태형 두산 감독도 "세혁이가 아주 잘 해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여전히 긴장되는 박세혁이다. "PO를 치러서 그래도 괜찮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말에 박세혁은 "그래도 KS는 또 다르다"면서 손사래를 쳤다. 이어 "광주는 KIA 팬들도 많고 잘 하는 팀이라 상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민식이 KS에 대해 편안해 하더라"는 말을 들은 박세혁은 "그건 뻥"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이런 큰 경기에서 긴장되지 않을 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박세혁은 "양의지 형도 '투수들이 잘 던지고 있다'고 격려하면서 경기를 하라고 하더라"면서 "형들을 믿고 경기를 치르겠다"고 이를 앙다물었다.
박세혁은 "군대에서 (김민식과 방을 쓰면서) 내가 빨래를 했다"고 짐짓 서러웠던 세월을 돌아보면서도 "평소에 민식이와 자주 연락을 한다"며 친분을 드러냈다. 첫 KS 무대에 서는 2012년 입단 동기이자 군대 선후배가 펼치는 우정어린 대결의 승자가 누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