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3일부터 14일까지 한·중·일 3국 방문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취임 후 처음으로 아시아 순방에 나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순방 키워드는 '경제'와 '안보'로 요약된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베트남 다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반자유무역을 기조로 한 자국 경제 중심의 보호무역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APEC 정상회의 직전 한·중·일 방문에서는 안보를 매개로 한 강경한 대북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북한이 잇단 미사일 발사와 6차 핵실험을 감행하며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는데다, 괌은 물론 미 서부 본토까지 사정거리로 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완성 단계에 진입하면서 북한의 고립을 최대화하려는 행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을 찾기 전 2박 3일 일정으로 일본을 먼저 방문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정상회담을 여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 공동 대응할 수 있는 미·일 군사공조를 점검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아베 총리가 최근 실시된 총선거에서 압승하면서 일본이 공격을 받을 때에만 방어 차원의 반격을 할 수 있다는 '전수방위(專守防衛)'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평화헌법 개정에 나설 것으로 보여 북한 도발을 계기로 미·일 공조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방문 직후 방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기조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정상회담 직전 방한인 만큼 북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의 실효성 있는 이행 촉구와 함께 압박과 제재를 통한 고립만이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나올 수 있게 한다는 점을 재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다음날 열리는 국회 연설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 수위가 다소 조율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동안 한미동맹 차원에서 '한국의 동의없는 한반도 내 군사행동은 없다'는 기조를 지켜온 트럼프 대통령이 정부 대 정부가 아닌 정치집단의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한국 의회에서 군사적 옵션을 선제적으로 언급해 정치쟁점화 하지는 않을 것이란 판단도 깔렸다.
특히 한·중·일 방문 중 트럼프 대통령이 유일하게 임하는 의회 연설이라는 점에서 자극적인 대북 메시지보다는 동맹국을 배려하는 상황관리에 중점을 둔 발언이 나올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백악관 고위관계자가 2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방문국 중 한국에서만 유일하게 국회연설은 한다"며 "이는 유일무이하고 아주 특별한 방문"이라고 언급한 점도 눈길을 끈다.
실제로 백악관은 주한 미국대사관 등을 통해 청와대와 외교부 등과 함께 국회 연설에서의 발언 내용과 수위 등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기본적으로 백악관에서 준비하는 것이지만 여러 경로를 통해 우리 측에 자문을 구하고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군사공조와 별개로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해 온 만큼, 자국 내 지지층에 대한 보여주기식 차원에서라도 한미FTA 개정 필요성을 국회에서 역설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지난 6월 말 첫 한미 정상회담 직후 공동 언론발표에서 기습적으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한 만큼, 이번에도 한반도 위기 상황을 부추키며 분담금 인상 필요성을 강조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