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朴출당' 찬성 3명 vs 반대 3명…최고위 전수조사 팽팽

한국당 11월3일 최고위 개최…'홍준표 vs 친박' 진검승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연장 후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지난 1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친박 청산'을 추진 중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다음달 3일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박근혜 전 대통령 제명안의 의결을 시도할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CBS노컷뉴스의 취재 결과, 의결권을 행사할 9인의 최고위원들의 표심은 '찬성', '반대'가 각각 50대 50의 비율로 박빙의 판세였다.

친박 청산을 위한 최고위 일정은 홍 대표의 귀국 시점과 맞물려 있다. 오는 28일 미국에서 돌아오는 홍 대표는 박 전 대통령과 서청원(8선)·최경환(4선) 의원의 자진 탈당 시한인 다음달 1일까지 기다린 뒤 이튿날 소집령을 발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국당 윤리위원회는 지난 20일 '박·서·최' 3인에게 '탈당 권유' 징계 결정을 의결했고, 관련 내용 통보는 23일 이뤄졌다. 때문에 통보 시점으로부터 열흘째인 11월 1일이 자진 탈당 시한이다. 당헌·당규는 이때까지 탈당이 완료되지 않을 경우 제명 처분을 내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홍 대표는 11월 3일 최고위 소집에 앞서 이들 3인 출당의 당위성을 최고위원들에게 설명하는 자리부터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최고위 의결만으로 최종 제명 처리가 가능하지만, 나머지 2인 의원에 대해선 의원총회를 통해 재적의원 3분의 2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설득이 절박한 입장이다.

최고위 의결은 홍 대표의 향후 당 장악력과 바른정당 탈당파의 한국당 입당 여부 등을 가늠할 주요 승부처다. 박 전 대통령이 출당될 경우 이를 통합의 조건으로 여기는 바른정당 내 통합파 일부가 한국당에 합류하고, 이후 홍 대표가 여세를 몰아 서·최 의원에 대한 '제명 의총'을 개최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전수조사에 응답한 최고위원들의 의견은 팽팽히 맞섰다. 이들은 홍 대표 이하 이철우‧류여해‧김태흠‧이재만(이상 전당대회 득표 순), 이재영(청년), 이종혁(지명) 최고위원과 당연직 최고위원인 정우택 원내대표와 김광림 정책위의장 등이다.


친박 청산 추진의 당사자인 홍 대표와 다른 2명의 최고위원은 출당 추진에 동의했지만, 또 다른 3명은 '강제 출당'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이었다. 9인 중 나머지 2명은 판단을 유보했고, 마지막 1인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찬반 입장이 동수로 갈리고 있는 점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속 판세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친박 청산에 대해 찬성 입장을 피력한 A최고위원은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 출당 건이 최고위를 통과돼야 우리 당이 비로서 살아난다"며 "과거 탄핵 정국의 초래에 있어 직·간접적인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퇴출돼야 분열된 보수가 하나가 되고, 정치적 총의가 모인다"고 밝혔다.

반면 출당 반대 입장인 B최고위원은 "당적 문제는 박 전 대통령이 판단해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게 제 기본방침이며, 인간적 도리이고 정치적으로 옳다"며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이라는 미명 하에 권력을 총 동원해서 보수 죽이기를 하는데 여기에 동조해 들러리가 돼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한국당으로선 '1호 당원'인 박 전 대통령의 제명을 실행하기까지 선택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보수통합과 개혁 이미지 확보를 위해서는 절연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도 분명히 먹히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박 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대구·경북(TK) 기반의 전통적 지지층으로부터 공적(公敵)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때문에 최고위원들은 입장을 밝히는 것을 극히 꺼려했고, 의사를 표시하면서도 끝내 익명을 요구했다.

'판단 유보'를 밝힌 최고위원들이 다수 있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C최고위원의 경우 "자체 판단으론 표결까지 갈 경우 5 대 4 정도로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워낙 변수가 복잡한 만큼 1표 차이의 아슬아슬한 승부를 예상한 것이다.

이런 까닭에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것으로 보이는 1~2명의 최고위원들의 선택에 당 안팎의 이목이 쏠린다. 이들은 과거 친박 성향이었지만 최근 홍 대표의 측근이 됐거나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TK에서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인물들이다.

다른 한편에선 극한 대립이 있을 때마다 갈등을 일단 피하고 봉합해 온 보수정당의 과거 전례에 비춰 이번 표결도 실제로 성사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고위가 격론 끝에 판단을 유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홍 대표와 친박계 사이에서 중립 입장을 피력 중인 의원들 사이에선 두 집단이 모두 당의 처지를 비관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양비론(兩非論)도 흘러 나온다. 보수가 통합해도 모자란 마당에 최다선 의원인 서 의원과 최고지도자인 홍 대표가 진흙탕 싸움이나 하고 있어 오히려 당을 망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재선 의원은 "양측이 이전투구(泥田鬪狗)를 이어가면 당에 도움될 것이 없지 않느냐"면서 "침묵하는 다수의 의원들이 조만간 행동하거나 입장을 내놓을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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