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정부가 발표한 가계 부채 종합 대책은 한마디로 '전방위적 돈 줄 죄기'로 요약된다. 내년부터 신 총부채상환비율(신 DTI)을 도입해 다주택자의 추가 대출을 막고,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을 도입함으로써 자영업자 및 2금융권 대출, 집단 대출을 억제해 가계 부채 증가율을 한 자릿수인 8% 이내에서 관리하는 게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가계 부채의 총량을 줄이고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는 억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봤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강조했던 강력한 채무자 권익 보호에 대한 내용이 빠진 '알맹이' 없는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계 대출 규모 억제나 부동산 시장 안정과 같은 억제책 효과는 분명히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신규 대출로 집을 더 산다는 행위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수준으로, '갭투자'가 더 이상 어려워진다는 측면에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다만 이로 인해 실수요자도 힘들어지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교차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생애 첫 주택 구매자나 실제 집을 팔았다가 다시 사야 하는 사람들의 경우, 소득 기준으로 새로 만든 규정에 의해 집을 못 사게 되는 피해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취약 차주 지원과 총량 관리라는 이번 대책의 방향에 대해 공감하면서 "이번 부채 대책으로 부동산 경기는 더 둔화될 것 같다"고 말했다. 홍 위원은 "앞으로는 소득을 기준으로 대출을 받도록 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돈 있는 사람들은 집을 더 살 수 있지만 소득이 낮은 사람은 집 한 채 정도에 그칠 듯하다"며 "'강남 불패는 더욱 굳건한 불패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양극화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니 부가 사회로 환원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찾는 쪽으로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첫 번째 가계 부책 대책이 후보 시절 강조했던 '통합도산법' 등 채무자들에 대한 권익 보호에 대한 대책들이 빠진, 알맹이 없는 대책"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전 교수는 또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요체는 인적 자본의 축적인데 그러한 시각에서 접근하지 않았다"면서 "채권 회수를 어떻게 할지, 금융기관의 안정성은 어떻게 유지할지 등 지금까지 나온 얘기만 포함됐다. 어떻게 하면 채무자가 가지고 있는 인적 자본의 훼손을 방지하고 인적 자본의 수익률을 높여 경제 성장에 기여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차주 맞춤형 지원 대책에 대해서도 "결국 새로운 대출 제도, 서민 상품의 차질 없는 공급 등 돈 주겠다는 성격의 대책일 뿐"이라며 "채무자들을 빨리 빚의 수렁에서 끄집어 내야 하는데 그러한 과감성 있는 대책이 없다"고 비판했다.
실제 정책을 집행할 때 악용되는 사례가 없도록 잘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박완규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실업이나 폐업에 대해 3년간 원금 상환 유예 등에 대한 대책 등을 악용하는 사례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대책이 실효성 있으려면 상환 능력에 대해 철저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서민 금융 상담 활성화 정책 등은 사실 과거부터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 등에 있었던 것인데 실제 금융기관 창구에서 담당자가 안해준 것"이라면서 "아무리 이상적이고 좋은 정책이라 하더라도 실제로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빛좋은 개살구로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