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① 분단 역사가 만든 또 다른 비극 '제3국 출생 탈북청소년' ② "대학 가기 너무 막막" 사각지대에 놓인 제3국 출생 탈북청소년 ③ 배움의 시기 놓쳐 몸만 어른이 된 탈북청년들 |
우리나라에 정착한 이들은 배움이 짧아 겪는 다양한 상황에 한계를 느껴 교육을 받길 원하지만, 학비지원대상도 아니며 받아주는 학교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 배우고 싶은데, 배울 수 없는 현실
중국인 아버지와 탈북 여성인 어머니와 함께 길림성에 살았던 원모(26) 씨는 학교에 다녀본 적이 없다고 한다.
농부였던 그의 아버지는 교육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가 어머니와 도망갈까 염려한 아버지는 중국어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 폭력에 시달리던 어머니는 원 씨와 함께 지난 2014년 입국했다.
모자에게 주어진 건 임대주택 한칸 뿐. 아들은 몸이 편찮은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악착같이 일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하루하루를 보낼 때 마다 불안함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지금은 젊으니까 막노동으로 살아갈 수 있지만, 내가 30대, 40대가 돼서도 그럴 수 있을지 걱정이다"라며 "그래서 배워야 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25세가 넘어버린 원 씨는 정부의 교육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탈북학생 대안학교 역시 25세가 넘은 학생들은 입학할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했다고 한다.
탈북 청년인 허모(27) 씨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배움이 부족한 자신이 부끄럽고, 한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학교에 다니기로 결심했지만, 자신을 받아주는 학교는 없었다. 대신 검정고시를 알아보기도 했지만 매달 50만원에 달하는 학원비가 부담돼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한국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교육이 필요하고, 학력이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기준이 되는데, 배우고 싶어도 배우는 게 쉽지 않은 현실이다"라고 토로했다.
◇ 몸만 커버린 탈북 청년들
10대 내내 중국을 떠돌았던 탈북 청년들은 배움의 시기를 놓쳐 버렸다.
생존이 제1의 목표였던 이들은 교육을 받을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에 들어왔지만, 정책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한국에서도 교육을 받기가 어려웠다. 이렇게 몸만 어른이 된 탈북 청년들은 몇 명이나 되는지 파악도 어려운 상황이다.
나이가 많다고 초, 중, 고등학교에 입학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학비 지원 대상은 북한이탈주민법 시행령에 만 25세 미만으로 규정돼 있는 상황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행정상 나이 제한이 없다면, 학교 현장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어 만들어진 조항"이라고 밝혔다.
또 통일부는 만학도를 위해서는 대안학교를 추천하고 있다지만, 인가를 받은 대안학교조차 대부분 만 25세 이하라는 나이 제한을 두고 있어 입학할 수 없다.
대안학교 관계자는 "북한이탈주민법 시행령에 25세라는 나이를 규정하고 있기에 준용한 것"이라 밝혔다. 교육을 통해 진정한 한국인으로 살아가고 싶은 탈북 청년들의 길이 막힌 상황인 것이다.
결국 이들이 찾는 곳은 통일부로부터 정식 인가를 받지 못한 학교다.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우리들학교에는 전체 학생의 1/3정도가 25세 이상의 탈북 청년들이다. 미인가 학교에서는 정식 학력 인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은 여기에 모여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인가를 받은 대안학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지원금에 청년들을 가르치는데 애로사항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들학교 윤동주 교장은 "인가학교와 비교했을 때 1/10 수준의 지원금만 나온다"며 "나이가 많다 하더라도 온전하게 교육받을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하는데, 제대로된 교육환경을 구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배우지 못한 탈북 청년들이 최소한 한국 사회에 나오기 전에 기본교육 정도는 받을 수 있도록 공평한 학습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