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박채순 남자 대표팀 감독은 자칫 긴장감에 흔들릴 수 있던 선수들을 격려한 내용을 들려줬다. 다름아닌 올림픽이 전국체전보다 쉽다는 것. 박 감독은 "선수들에게 '10월 전국체전에서 금메달 딸 수 있어? 못 따잖아' 이렇게 생각하고 편하게 경기를 하라고 했다"고 귀띔했다.
사실 한국 양궁은 다른 국가보다 한 수 위여서 국가대표 어느 선수가 우승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때문에 국가대표 선발전이 올림픽보다 어렵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전국체전 역시 마찬가지. 국가대표 선수들이 이번에는 각 지역을 대표해 나서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다. 지난해 전국체전에서도 리우올림픽 남녀 2관왕인 구본찬(현대제철)과 장혜진(LH)EH 32강전에서 탈락했다. 런던올림픽 2관왕과 리우올림픽 단체전 금메달의 기보배(광주시청) 등 태극전사들은 전국체전 16강을 넘지 못했다.
올해는 조금 다르다. 국가대표들이 멕시코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 출전하느라 전국체전에는 나서지 못했다. 남자부 임동현 김우진(이상 청주시청), 오진혁(현대제철)과 여자부 장혜진(LH), 최미선(광주여대), 강채영(경희대) 등 쟁쟁한 후보들이 빠졌다.
▲'국가대표 빠졌지만'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고배
그럼에도 전국체전은 어려웠다. 그동안 올림픽에서 세계 정상에 섰던 금메달 궁사들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올해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기보배는 24일 충북 청주 김수녕양궁장에서 열린 전국체전 여자 개인전 리커브 16강전에서 탈락했다.
이런 가운데 결승에 오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도 있었다. 바로 2000년 시드니올림픽 2관왕이자 2004년 아테네올림픽 단체전 금메달에 빛나는 윤미진(34·여주시청). 그러나 왕년의 신궁도 전국체전 금 과녁을 맞추진 못했다.
윤미진은 이날 결승에서 강원 대표 위나연(하이트진로)과 맞섰다. 1, 2세트를 이겨 승점 4점을 따내며 우승에 가까워지는 듯했다.
하지만 3세트를 내주며 윤미진이 흔들렸다. 특히 4세트 첫 발을 20초 안에 쏘지 못해 0점 처리된 게 뼈아팠다. 5세트 마지막 발을 10점을 쏴 승점 5-5 동률을 이루며 기사회생하기는 했다.
윤미진은 그러나 슛오프에서 8점에 그치며 10점을 쏜 위나연에 금메달을 내줘야 했다. 2005년 은메달에 이어 12년 만의 전국체전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도 힘겨운 전국체전 양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