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렬 총장 "더 깊고, 더 넓게…한예종 도약할 것"

한예종 김봉렬 총장(왼쪽에서 두 번째). (사진=한예종 제공)
"'더 깊게, 더 넓게'. 앞으로 한예종이 갖고 나아가야 할 비전입니다."

한예종 최초 직선제(7대)와 간선제(8대)로 연임해 8대 총장 취임 60일을 맞은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총장이 개교 25주년 기자회견을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열고 '더 나은 한예종을 만들기 위한 미래 비전'을 발표했다.

국립 예술학교 한예종의 25년 역사를 살펴보면 떠오르는 단어는 '괄목상대'이다. 어느 누가 봐도 자부심을 가져도 될 정도로 눈부신 일들을 했다.

1992년 직제를 확정하고, 이듬해 음악원을 시작으로 연극원, 영상원, 무용원, 미술원, 전통예술원 등 6개원을 개원한 작은 학교는, 25년이라는 기간 동안 국내 최고 국립예술대학으로 성장했고, 이제는 세계 정상의 예술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세계 유수의 국제대회에서 1위 수상 기록만 총 973회(‘17년 9월말 기준)를 써냈다. 2016년에는 세계대학평가 공연예술부문 46위에 진입했다. 이는 아시아 예술대학 최초이자 국내 유일한 기록이다.

한예종 출신들은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등 세계 우수 예술단체로 진출했다. 해외 유학을 가지 않고도 세계 무대를 누릴 전문 예술인을 만든다는 목표에 부합했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총장은 "해외에서 활약하는 유명 스타들보다 더 자랑스러운 건 예술계에 보이지 않는 하부구조, 토대를 만드는 이들이다"고 꼽았다.

조명 촬영, 음향, 의상, 무대미술 디자인, 기획 등 한국 예술계를 지탱하는 스태프들을 육성했다는 자부심이다.

하지만 빛나는 성과 뒤에 어두운 그림자도 있었다. 정권에 의해 학교가 풍파를 겪기도 했고, 예술을 지나친 성과 위주로 몰아간다는 지적도 받았다.

한예종 출신들이 예술계 내부에서 보이지 않는 파벌을 형성한다는 비판도 있다.

예술시장 축소라는 현상황과 맞물리면서, 다른 예술대학은 고사되는 반면, 한예종으로만 입시생이 몰리는 현상 역시 문화예술이라는 전체 생태계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김봉렬 총장 역시 이같은 지적에 대해 동의했다.


그는 한예종이 지고 가야 할 책임으로 느끼고 있다면서 "한예종의 초기 설립 목적은 유학을 안 가도 세계적 예술인을 양성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게 높이 경쟁으로 치중되는 경향이 있다. 높이는 상대적 관점이다. 이제 역사와 시대에 책임을 다하는 넓이를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지난 7대 총장 임기 동안 추진했던 '중창포럼'과 '캠퍼스 2025'를 통해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했다.

◇ "더 깊게" … K-Arts 캠퍼스 조성과 교육환경의 내실화

(사진=한예종 제공)
'더 깊게'라는 비전은 한예종의 내실을 탄탄히 다지겠다는 구호이다.

K-Arts 캠퍼스 조성과 교육환경의 내실화를 목표로 한다.

김 총장은 "K-Arts 캠퍼스 조성을 위해서는 ‘캠퍼스 2025’조성 계획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현재 캠퍼스 이전 후보지는 네트워크형 3곳(서초구, 노원구, 과천시)과 통합형 3곳(송파구, 고양시, 인천시) 등 6곳을 검토 중이며 최종 후보지 선정을 조기 완료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미래지향적인 제7·8원 설립도 추진한다. 제7원 융합예술원(가칭)은 게임창작, 창조서사(creative writing), 미디어아트, 가상네트워크퍼포먼스, 예술과 놀이, 커뮤니티아트, 소셜아트, 적정기술예술(maker arts), 콘텐츠포맷팅 등 새로운 학과 및 수업 신규 개설을 통해 예술의 미래와 문화산업 발전에 기여할 융합예술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8원 대중예술원(가칭)은 한국 콘텐츠 산업에 필요한 인재 양성을 위해 게임학과, 대중음악학과, 뮤지컬학과, 서사창작학과를 신설할 예정이다.

아울러 음악, 무용, 연극, 영상, 미술, 전통예술의 장르에 적합한 지역거점형 예술 창작 공간 조성도 추진하고, 학위 근거 및 신규원 설립을 위한 제도적 틀 등 학교 장기 발전을 위한 안정적인 제도 마련에도 힘쓸 계획이다.

김 총장은 "세계적인 예술교육기관으로의 도약을 위해 석·박사 과정의 개설 및 운영이 절실하며, ‘21세기를 주도할 창의적 예술가 양성’을 위한 법적 지위 근거 마련과 유연하고 창의적인 교육과정으로의 개편을 시도한다"고 강조했다.

예술사(학부)-전문사(대학원)를 연계하여 ‘4+1’ 또는 ‘4+1.5’ 과정을 추진하고, 신입생들의 사전 교양교육 프로그램 ‘제로 에듀케이션(Zero Education)’을 신설할 계획이다.

더불어 교원의 창작 및 연구를 지원하고, 학생들의 창·제작 활동을 강화한다. 교수-학생간 평등한 교육환경과 학풍을 조성하고, 비정규직의 제로화 등 교직원 근무환경도 개선해 나가겠다고 했다.

◇ '더 넓게' … 글로벌 메이저 예술대학으로의 도약, 미래지향적 예술 인재 양성

'더 넓게'라는 비전은 글로벌 메이저 예술대학으로의 도약과 미래지향적 예술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먼저 중국 내 예술교육기관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중국 문화예술단체 및 기관에 졸업생들을 진출시키는 등 ‘향 중국(向 中國) 프로젝트’를 확대 추진한다.

김 총장은 "공급대비 수요가 부족한 국내 예술시장의 취약함 때문에, 중국 시장을 노리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미 중국 북경과 상해 주요 9개 예술대학과 교류 협정을 체결했다.

또 ‘창작-제작-유통’선순환 생태계 조성을 위해 산학협력단과 지주회사 운영을 활성화하여 재학생 예술가 창업 및 예술분야 일자리를 확대하고, 기업과의 연계 프로젝트를 통한 창의적 교육 연구 사업도 추진한다.

젊은 예술가들의 사회적 역할 확대를 위해 예술의 사회적 가치와 역할을 선도하는 학생들의 활동을 강화하고, 국내외 타 예술대학과의 교류 협력을 통한 예술계 학생들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공감대 형성도 앞장설 예정이다.

인문, 사회, 과학, 기술 분야의 교양프로그램 확대로 창의적 예술인재 양성과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융합적 예술인재 양성에 집중하기 위해 융합예술센터-홍릉 밸리를 연계한 융합예술창작 랩을 운영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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