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잡으려다 도리어 코너에 몰린 홍준표

'친박 청산' 强드라이브, '성완종 리스트'로 되치기?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자료사진. (사진=황진환 기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친박 청산에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미국으로 떠났지만, 강력한 역공에 시달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청산 대상자로 지목된 서청원 의원은 홍 대표의 아킬레스건인 '성완종 리스트' 관련 의혹을 제기하며, 싸움을 진흙탕 속으로 끌어들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검찰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당이 관련 녹취 파일의 존재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박·서·최(박근혜 전 대통령, 서청원·최경환 의원) 3인 제명 후 보수 통합'이라는 홍 대표식 보수우파 재건 계획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하고, 되레 홍 대표만 코너로 몰리는 형국이다.


◇ 국감으로 번진 '성완종 리스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23일 서울고검에 대한 국정감사 현장에선 홍 대표를 겨냥한 '성완종 리스트' 미공개 녹취 파일이 파문을 일으켰다.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이 서청원 의원과 홍 대표 사이의 통화 녹취 파일이 있다고 폭로했다.

이 의원은 홍 대표가 성완종 리스트 건의 항소심을 앞두고 서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뇌물의 전달책으로 지목됐던 윤 모 씨의 진술 번복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통화 파일을 당 차원에서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홍 대표의 당시 발언은 단순 요청에 그치는 게 아니라 진술 번복을 명확하게 요구하는 차원이었다고 지적했다.

홍 대표로선 2연타를 맞은 셈이다. 앞서 서 의원은 지난 22일 전날 홍 대표와의 녹취 파일 보유 가능성을 거론하며 압박했다. 서 의원은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탈당 권유' 결정에 반발하는 차원의 기자간담회에서 "검찰 수사 과정에서 홍 대표가 협조를 요청한 일이 있다"며 "홍 대표가 누구보다 잘 알고있을 것"이라고 폭로했다.

홍 대표는 이같은 공격에 대해 SNS(페이스북)에 게시한 글을 통해 "지난 2015년 4월 18일 오후 서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윤 씨는 당신의 사람인데, 왜 나를 물고 들어가느냐. 자제시켜라'고 요청한 적이 있지만 그 뒤로는 서 의원과 만나거나 전화를 한 일이 단 한 번도 없다"며 반박했다.

그러나 이용주 의원의 이날 폭로는 1심 판결과 항소심 사이 시점에 홍 대표가 재차 서 의원에게 또 다른 회유성 전화를 걸었다는 정황이어서 추가 해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법원 판결을 앞둔 홍 대표를 겨냥한 의혹과 불리한 증언들이 쌓여가고 있는 셈이다.

◇ 洪, '친박 청산' 자신하며 출국…당 안팎선 '불안한' 전망

홍 대표는 이날 계획대로 전술핵재배치를 촉구하기 위한 방미 일정에 들어가며 일단 자신감을 내비쳤다. 인천공항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 서·최 두 의원에 대해 "박 전 대통령과 함께 호가호위했던 분들"이라며 확인사살을 가한 후 출국했다.

그는 "그 분들이 (나를 비판하려면) 탄핵을 막았어야 한다"며 "탄핵 때는 숨어있다가, 자기 자신의 문제가 걸리니까 이제야 나와서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좀 비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미 일정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국내 문제는 이 정도로 말하겠다. 6년 동안 이 당을 농단했던 사람들이 쉽게 물러나겠냐"며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홍 대표 측에서도 '박·서·최' 징계안의 최고위 의결 단계를 두고서는 다소 우려섞인 전망이 나온다. 징계안이 최고위 내부에서 '표 대결' 양상으로 흐를 경우 최고위원들의 구성을 따져보면 홍 대표 측과 친박계가 숫자상 팽팽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홍 대표 측은 당헌·당규를 다시 해석해 최고위를 열지 않아도 된다는 전략을 준비하고 있고, 징계 대상도 김태흠·김진태 등 다른 친박 의원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압박 성격의 전망도 흘러나온다.

그러나 이미 홍 대표 자신이 "최고위에서 최종적으로 징계를 확정하겠다"며 절차를 확인한 바 있고, 친박계와 정우택 원내대표 등도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한 바 있어 최고위 의결 없이 '박·서·최'를 출당하는 대안은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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