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서울시가 상시적인 정책 과정에 숙의 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키로 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울시는 시민이 정책의 제안, 결정, 실행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된 ‘민주주의 서울(democracy.seoul.go.kr)’ 을 국내 최초로 24일부터 운영에 들어간다고 23일 밝혔다.
'민주주의 서울'은 지난해 촛불 혁명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상생활의 문제를 변화시킬 수 있도록 고안한 서울형 민주주의 플랫폼이다.
시민이 언제 어디서든 모바일로도 쉽게 접속해 참여할 수 있는, 어렵고 지루한 민주주의가 아닌 '재미있고, 일상적이며, 자발적 참여가 가능한' 민주주의를 보여주는 것이 목표다.
'민주주의 서울'은 정책이 ▲제안 ▲결정 ▲실행되는 과정에서 숙의 민주주의가 발현되도록 고안됐다.
우선 시민이 제안한 정책을 결정하기 전에 10일 동안 숙의 과정을 거친다. 이 숙의 기간 동안 시민들에게 공감을 얻으면 실행 부서로 이관된다.
실행 부서에서는 20일 동안 검토한 뒤 '좋은 제안 선정회의'를 열어 최종 채택 여부와 실현 가능성 여부를 판단한다.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 정책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시민의 투표를 거쳐 최종 선정되도록 했다.
시민의 투표로 실행에 들어간 정책은 실행 이후 어떤 성과를 내는지 별도로 시민이 확인할 수도 있다.
'민주주의 서울'에는 '서울시가 묻습니다'라는 별도의 코너도 마련해 놓고 있다.
서울시가 정책을 입안하기 전, 시민들의 의견을 묻고 시민의 여론을 반영하기 위한 시민 소통 창구다.
서울시는 정책의 찬성, 반대 자료를 시민에게 공개하고 시민이 이 자료를 바탕으로 찬성과 반대를 결정하도록 했다.
투표 결과는 시민에게 실시간으로 공개되며, 투표 결과와 시민의 의견은 정책 수립의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
서울시는 지난 7월에도 이미 정책박람회를 열어 시민 투표가 진행된 정책 의제를 실제 서울시 정책으로 반영하는 실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바 있다.
'민주주의 서울'은 기존의 서울시 시민제안 창구인 '천만상상 오아시스'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플랫폼이다.
하지만 '천만상상 오아시스'는 시민이 제안한 정책이 채택된 후 실제로 실행되는지 여부를 시민이 알기 어려웠을 뿐 아니라 정책 실행 과정에도 시민 참여가 보장이 안됐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촛불 민주주의 이후 시민들이 느끼는 정치에 대한 효능감은 커졌지만, 일상의 제도는 그것을 따라가지 못해 오히려 무력감을 키워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민주주의 서울'은 그 동안 서울시가 추진해 온 참여 예산제도, 정책 박람회, 마을 계획 등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상 속 민주주의를 진작시켜 생활 민주주의를 본격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