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MBC가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끼쳤던 과거와 달리 다매체 다채널 시대가 본격화된 현재, 두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보지 않아도 타격이 없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달 4일 시작된 파업 이후, KBS-MBC에서는 유의미한 변화가 분명 있었다. 방송 파행은 더 확산되는 중이고, 박근혜 정권 당시 정부여당에서 추천한 이사 3명(KBS 1명, MBC 2명)이 스스로 물러났으며, 사장과 이사회의 비위 의혹이 새롭게 드러나고 있다. 두 노조는 각종 상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 평창올림픽, 드라마… 커져가는 방송 파행
내년 2월 9일 개최되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4달도 안 남은 가운데, KBS는 파업으로 인해 올림픽 정상방송에 차질이 생겼다.
이어, 새노조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G-100 특집 프로그램 △평창 G-100 기념 현장 진행 예정이었던 특집 KBS '뉴스9'와 '스포츠뉴스' △'한눈에 평창', '다시 보는 동계올림픽 명승부' 등 관련 프로그램 6개 △평창 동계올림픽 G-100 특집 '열린음악회' △'패럴림픽 1인1경기 관람캠페인' △KBS 제작 UHD 국제신호 중계 제작 등이 무산되거나 파행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MBC 드라마 PD들은 22일 오후 9시부로 사상 초유의 '드라마 릴레이 결방'을 결의했다. 주말특별기획 '도둑놈 도둑님'을 시작으로 '별별 며느리', '밥상 차리는 남자', '돌아온 복단지'로 결방 투쟁을 해 나가겠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매주 주말 오후 10시에 방송되는 '도둑놈 도둑님'은 21~22일 모두 결방됐다.
이미 MBC는 드라마 부문에서 파행을 맞았다. 새 예능드라마 '보그맘'은 제작발표회도 생략한 채 방송 중이고, 새 월화드라마 '20세기 소년소녀'는 전작 '왕은 사랑한다' 종영 2주가 지나서야 겨우 첫 방송을 할 수 있었다.
MBC는 별도의 보도자료를 내어 "인기 드라마를 단 한 시간으로 마스터할 수 있는 MBC '한 편으로 정주행' 시리즈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며 "내레이션과 자막, 영상을 적절히 활용해 시청자들에게 또 다른 새로운 재미를 선사했다"고 자평했다.
◇ 구 여권 추천 이사 3명 사퇴… 흔들리는 이사회
현재 새노조와 MBC본부가 공정성과 제작자율성 침해의 주범으로 꼽는 인물은 고대영 사장, 김장겸 사장이다. 동시에 두 노조는 두 사람을 사장으로 선임한 KBS이사회(이사장 이인호)와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 이하 방문진)을 강력 비판하고 있다. 자질과 자격이 부족한 인물을 공영방송 사장으로 선임한 책임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파업 이후, 박근혜 정권 당시 정부여당에서 추천한 이사(구 여권 이사, 현 야권 이사) 3명이 차례로 자진사퇴했다. 지난달 8일 방문진 유의선 이사, 지난 11일 KBS이사회 김경민 이사, 지난 20일 김원배 이사가 사의표명했다.
세 사람 모두 '일신상의 사유'를 이유로 들었으나, 모두 교직에 몸담고 있는 만큼 노조의 비판과 압박에 더 민감했으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유의선 이사와 김경민 이사는 각각 이화여대와 한양대 현직 교수이며, 김원배 이사는 대전 목원대 총장 출신이다.
구 여권 이사들이 물러남으로써 이사회에도 균열이 생겼다. 당장 방문진은 기존 여야 6:3 구도가 역전됐다. 두 사람의 공석을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추천하기 때문에 전체 이사 9명 중 구 여권 이사는 4명으로 '소수'가 되기 때문이다. KBS이사회는 아직 1명만 사퇴했기에 7:4 구도가 6:5로 완화된 정도다.
앞서 MBC본부는 고영주 이사장이 검증되지 않은 사업가에게 MBC 여의도 사옥 부지를 매각하게끔 MBC 경영진을 종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MBC본부는 또한 김장겸 사장이 회삿돈으로 개인회원권 4250만 원, 연 이용료 380만 원에 달하는 5성급 특급호텔 최고급 피트니스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노조는 구 여권 이사인 강규형 이사(명지대 교수)가 KBS이사회와 관련 있는 공적 용도로만 쓰게 되어 있는 업무추진비(법인카드 형태로 매월 100만 원 제공)를 애견카페 등 사적인 데에 썼다고 지난달 말 폭로했다.
새노조는 후속취재를 통해 강 이사가 업무추진비 유용을 알린 제보자에게 '쓰레기', '룸펜' 등 모멸감을 느낄 수 있는 메시지와 전화를 걸었고, 법인카드 논란과 무관한 개인 사생활을 공격했다고 28일 밝혔다.
◇ KBS 파업뉴스팀, 특종으로 상 석권… 두 노조, 안종필 특별언론상
이 보도는 한국기자협회가 수여하는 '이달의 기자상'과 한국방송기자연합회가 수여하는 '이달의 방송기자상'을 휩쓸었다. 상을 받은 기자들은 '고대영 퇴진'이라는 손팻말을 들고 시상식에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더불어 새노조와 MBC본부는 오는 24일 오후 열리는 제29회 안종필 자유언론상 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동아투위 제2대 위원장 안종필 선생의 유지를 이어받고 기리기 위해 자유언론의 권리를 늘리는 데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에 줄 목적으로 제정된 상이니만큼 그 의미가 남다르다.
현재 복막암 투병 중인 이용마 MBC 해직기자와 '김장겸은 물러나라' 페이스북 라이브로 내부 동력을 모으는 데 앞장선 김민식 MBC PD는 안종필 자유언론상 특별상을 받을 예정이다.
◇ 50일 맞아 연합 집회, 25일엔 'MBC 파업콘서트'도
IFJ는 지난 13일 공식 홈페이지에 KBS-MBC의 공동 총파업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공영방송 언론인들은 공영방송이 정부의 대변자가 되어선 안 된다는 이상과 권리를 강력하게 수호하고 있다"며 ""우리는 오늘도, 내일도, 이 상황이 해결될 때까지 이들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정부 및 KBS와 MBC 경영진에게 이 문제와 언론인들의 우려사항을 해결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파업이 50일을 맞으며 장기화되고 있지만, 양대 노조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파업 성공을 기원하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 예정이다.
50일째인 오늘(23일) 오후 2시 30분에는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KBS-MBC 공동파업 50일 연합 집회 '우리가 이긴다'가 열린다. KBS 오언종, MBC 허일후 아나운서가 진행자로 나서고, 옥상달빛이 노래손님으로 등장한다.
25일에는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MBC 파업콘서트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가 개최된다. 전인권밴드, DJ.DOC, 장기하와 얼굴들, 혁오, 바버렛츠, 김미화, 김어준, 배칠수 등이 출연하는 파업콘서트는 공연과 입담이 어우러진 축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