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23일부터 미국을 찾는 홍 대표에게는 지난 달 한국당 방미단이 성공하지 못한 전술핵 재배치 대미(對美) 외교전에서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과제도 쥐어졌다. 대내외 숙제를 떠안은 홍 대표에겐 '운명의 일주일'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홍준표, 친박과 벼랑 끝 '진흙탕 싸움'
홍 대표는 지난 20일 당 중앙윤리위원회가 박 전 대통령과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한 탈당권유를 결정한 직후부터 징계 대상자들과 거친 입씨름을 이어갔다.
홍 대표는 바른정당 통합파들을 끌어안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른바 '보수통합론'이다. 최경환 의원과 서청원 의원은 이에 맞서 홍 대표의 당 대표 자격을 따지며 사퇴를 촉구했다.
최 의원은 홍 대표가 대선 때 박 전 대통령을 옹호했음을 강조하며 "정치적 패륜·배신행위"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서 의원은 홍 대표가 ‘성완종 리스트’ 관련 검찰 수사과정에서 자신에게 협조를 요청했다며 관련 내용을 폭로할 수 있다고 정치적 협박까지 가했다.
홍 대표는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 "폐수를 깨끗한 물과 같이 둘 수는 없다"며 친박 핵심의원들의 전쟁선포에 특유의 초강수로 맞섰다. 사실상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 다음 주 최고위가 '1차 승부처'…여론전 치열할 듯
당초 박 전 대통령 출당을 자신하던 홍 대표 측에서도 최고위 내 표 대결이 이뤄지면 결과를 알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고위 구성을 따져보면 홍 대표 측과 친박계가 숫자상 팽팽하기 때문이다.
홍 대표로선 박 전 대통령 출당이라는 첫 단추를 잘 꿰어야 이를 통합의 조건으로 받아들이는 김무성 의원 등 바른정당 내 통합파를 끌어들여 서·최 의원 출당을 도모할 수 있는 상황으로 파악된다. 현역의원인 서·최 의원 출당에는 당 의원총회 재적 의원 3분의2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는 친박계 주주인 서·최 의원이 발끈하고 나선 핵심 이유이기도 하다. 홍 대표와 두 의원, 양측이 최고위까지 남은 1주일 간 당 내외 여론전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셈이다.
홍 대표 측에서는 당 혁신위원회와 비박계, 바른정당 통합파가 대리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당장 혁신위는 22일 긴급 성명을 통해 "반혁신 서청원, 최경환 의원은 당의 결정을 즉각 수용하라"며 "두 의원의 해당 행위에 동조해 경거망동하는 세력이 있다면 혁신위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서 의원 등은 홍 대표의 대표 자격 여부를 윤리위에 묻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 기로에 선 '보수통합론'…유승민 '중도·보수통합론' 효과도 변수
이런 가운데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22일 "개혁보수의 뜻과 가치가 통합의 유일한 원칙"이라며 직접 개혁보수 세력 주도의 '중도·보수 통합' 원칙을 발표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략적 통합에는 반대하며, 보수재건이라는 바른정당의 가치를 공유하는 이들과는 얼마든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앞서 통합의 대상에 국민의당과 한국당 내 개혁세력을 모두 포함시켰고, 국민의당의 경우 안보관 정리와 지역주의 탈피가 전제돼야 함을 통합조건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일단 국민의당과의 급격한 논의에는 제동을 건 것이지만, 대통합의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다.
보수통합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당초 한국당행(行)을 고려하던 일부 당내 통합파가 유 의원 쪽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 의원도 한국당과의 섣부른 통합은 명분이 부족하다는 점을 집중 지적하며 이탈자 단속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탄핵이 잘못됐다고 주장했고, 전직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대선에서 표를 받은 사람들이 이제 와서 전직 대통령 출당을 보수 개혁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국당을 비판했다.
한편 홍 대표는 23일 미국으로 출국해 27일까지 미국 정치권과 접촉, 전술핵 재배치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할 계획이다. 지난달에는 이철우 최고위원을 단장으로 하는 한국당 방미단이 미국 측으로부터 전술핵 배치에 부정적이라는 답변을 받고 귀국해 '빈손 외교'라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 바 있다. 홍 대표로서는 민감한 국내정치 상황과 대미 외교까지 모두 챙겨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놓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