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제35회 대통령기 이북도민 체육대회에 참석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들이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화합하며 대한민국의 역동적 발전을 이끌어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북한이 갖고 있지 못한 민주주의가 우리의 밥이고, 삶이고, 평화"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직 대통령이 이북도민 체육대회에 참석한 것은 김대중 대통령 이후 두 번째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신고리 5·6호기 관련 최근 한국 사회의 첨예한 갈등을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해결한 것처럼 한국의 민주주의 가치가 북한의 무력도발보다 우위에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진보와 보수, 좌우의 이념적 구별과 대립은 우리의 미래에 아무 의미가 없다"며 "서러움도 미움도 우리가 함께한다면 분단을 극복하고 고향을 찾는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관계를 풀어감에 있어 인류애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입장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해) 생사확인, 서신교환, 상봉과 고향 방문이라는 이산가족의 간절한 바람들을 정치적 군사적 상황과 분리해 풀어가겠다"고 밝혔다.
또 "북한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와 함께 외교적 해법으로 반드시 남북 평화와 공존의 길을 열겠다"며 "정부는 한순간도 이북도민과 이산가족의 염원을 잊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7월 6일 독일 베를린에서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과 성묘방문을 허용하자고 북에 제안했다"며 "만약 북이 어렵다면 우리 측만이라도 북한 이산가족의 고향 방문이나 성묘를 허용하겠다고 문을 열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가족상봉을 신청한 이산가족 중 현재 생존해 계신 분은 6만여 명, 평균 연령은 81세"라며 "이산가족이 우리 곁을 떠나기 전 인륜과 천륜을 더는 막아서는 안 된다는 마음에서였다"며 "그리운 고향산천, 부모·형제를 만나기까지 부디 건강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군사 대응태세에도 각별하게 신경 쓰고 있음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안보에는 '충분하다'라는 말이 있을 수 없다"며 "정부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철통같은 안보, 평화를 지키고 만드는 강한 안보를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또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는 물론 유럽과 동남아 국가들과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더욱 굳건한 협력관계를 다져가고 있다"며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우리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공존 노력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모한 도발은 결국 자신들의 파멸을 초래할 뿐이라는 사실을 북이 깨닫고,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 나서도록 흔들림 없는 강한 안보를 기반으로 단계적이며 포괄적인 대책을 펼쳐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6·25 전쟁 당시 흥남철수 피난민의 아들로서 이제 대통령 신분으로 이북도민 체육대회에 오게 된 감회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오늘 이렇게 이북도민 어르신들을 뵈니 잎담배를 종이에 말아 피우며 고향을 그리워하던 선친의 모습이 생생히 떠오른다"며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됐을 때 이제 고향에 가볼 수 있으려나 기대에 차서 기뻐하시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아마도 이북 실향민이라면 누구나 똑같은 기대를 하고 똑같은 실망을 겪었을 것"이라며 "언젠가 남과 북이 자유롭게 오가며, 아버지 어머니의 동네에서 제 뿌리를 찾아볼 수 있는 세월이 오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북5도민 체육대회 개회식에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 최종대 이북도민회 중앙연합회장, 김덕순 이북5도위원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