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은 20일 새벽 "범죄사실에서 피의자가 차지하는 역할 등을 종합하면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전 정권 국정원과 공모한 우익단체 어버이연합 추선희 사무국장의 구속영장도 "도망 및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지금까지 법원이 내준 국정원 피의자 구속영장은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과 현직 직원 유모·황모·장모씨 등 4건에 불과하다. 전 직원이나 외곽 댓글팀장에 대한 구속영장 7건은 기각됐다. 신승균 전 국익전략실장과 유성옥 전 심리전단장에 대한 2건의 구속영장은 이날 발부 여부가 결정된다.
우선 추 전 국장에 대해 검찰은 "국정원의 의사결정에 깊숙이 관여한 최고위 간부"라며 그의 범죄혐의를 상기시켰다. 검찰은 "문성근 합성사진 유포 등 비난 공작, 야권 정치인 비판, 정부 비판 성향 연예인들의 방송 하차 내지 세무조사 요구 등을 기획했다"며 "박근혜 정부 문화체육계 블랙리스트 실행에도 관여하는 등 범행이 매우 중하다"고 조목조목 짚었다.
어버이연합 추씨에 대해서는 "각종 범죄를 저지르고도 피의사실 대부분을 부인함은 물론, 검찰 압수수색시 사무실을 닫아건 채 자료를 숨기고, 주민등록지가 아닌 모처에 거주하는 등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가 현저한 피의자"라고 강조했다.
또 "국정원 관계자로부터의 관제시위 요청 및 자금지원을 받아, 김대중 전 대통령 현충원 묘지 훼손 퍼포먼스 등 국정원의 정치공작을 돕는 극렬한 폭력시위를 반복하고, 그 시위를 이용해 대기업체를 협박하여 금원을 갈취했다"고 추씨 혐의를 재확인했다.
검찰의 강한 반발 기류는 지난달 초 '영장 연속기각 사태' 때 반응과 유사하다. 외곽팀장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자 검찰은 "(구속 여부 판단에) 법과 원칙 외에 또 다른 요소가 작용하는 것이냐"고 초강경 비판을 내놨다.
실제로 당시 법원은 "(피의자가) 인멸한 증거의 가치에 비춰볼 때 구속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증거인멸 행위자마저 풀어준 바 있다.
검찰의 반발에 법원도 "도를 넘는 비판과 억측으로 향후 다른 사건에 영향을 미치려는 저의"라는 입장을 내고 맞불을 피우면서 양측간 살벌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번에 검찰과 법원 간 제2차 '영장갈등'이 재발할 것인지는 신승균 전 실장, 유성옥 전 단장의 이날 영장실질심사 결과가 좌우할 전망이다. 지난달 1차 갈등도 민병주 전 단장 구속영장의 발부로 '연속기각'이 일단락되면서 자연스럽게 봉합된 전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