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번호, 항공편, 사진, 영상, 에피소드 '썰'까지
-아이돌 정보 개당 몇천원…한달 수백건씩 거래
-처벌에 소극적인 연예기획사…못 잡고, 안 잡는 현실
-"팬덤 관리하던 기획사, 범죄 먹잇감 던져준 셈"
■ 생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FM 98.1)
■ SNS 참여 : 페이스북[www.facebook.com/981news]
◆ 김정훈> 요즘 국정감사가 한창인데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나온 국민의당 최명길 의원의 지적부터 들어보실까요?
[녹취: 최명길 의원]
"개인정보 불법유통 게시물이 2015년에 9만 5천건이었거든요. 근데 올해는 9월 말까지만 10만 3천건 가까이 됩니다. 국외에서 발견되는 불법 유통 게시물의 경우 2015년 기준으로 2만 3천건쯤 됐어요. 올해는 9월 말까지만 봐도 세배 늘어난 8만 7천 5백 건입니다."
◇ 김현정> 불법 유통 게시물, 이게 어떤 겁니까?
◆ 김정훈> 불법 유통되는 개인정보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죠. 상당수는 상업적 목적의 웹사이트 가입자 정보들이 대규모로 넘겨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불법으로 거래되는 개인정보들의 유형을 취재해보니, 또다른 흐름이 그 규모를 키워가는 것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 김현정> 웹사이트 가입할 때 쓰는 회원 정보 말고, 다른 것들이요?
◆ 김정훈> 아이돌이라 불리는 청소년 연예인들의 개인정보들이 그것입니다.
◇ 김현정> 아이돌 가수, 배우들의 개인정보…개인 전화번호, 집주소 이런 것들인가요?
◆ 김정훈> 그런 것들은 물론이고 아이돌의 가족 이성친구의 인적사항이나, 언제 누구를 만나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정보들, 그리고 그것을 입증하는 각종 사진과 영상들을 망라하는데, 이런 정보들이 돈으로 대규모 매매된다면 믿으시겠습니까?
◇ 김현정> 돈을 주고 팔고 사고 있다고요? 아이돌 정보의 불법 매매, 오늘의 훅뉴스 주제가 그것인가요? 대체 어느 정도인가요?
◆ 김정훈> 한 아이돌 팬의 말을 먼저 들어보실까요?
[녹취-아이돌그룹 팬 A씨]
"인스타나 트위터에 영어로 '사생(sasaeng)'이라고 치면 외국팬들이 전화번호를 다 가지고 있어요. 해쉬태그로 sasaeng 하면 사진 같은 거 하나 올려놓고. 인스타 계정도 해킹하고…"
◆ 김정훈> 연예인의 사생활까지 집착하는 팬들을 '사생'이라고 합니다. 요즘 SNS에서 아이돌 정보를 사고 판다는 글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대개 'sasaeng'이라는 키워드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게 심해졌다?
◆ 김정훈> 이전에도 아이돌 멤버의 정보가 인터넷에 오르내리긴 했지만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서로 공유를 하거나 몇몇이 교환하는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지난해 말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매매가 이뤄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9월 한달 동안 sasaeng 키워드를 포함한 정보 매매 글들을 세어 보니, 트위터에서만 380건이었습니다.
◇ 김현정> 한달동안 트위터에 올려지는 거래 요청글이 380건?
◆ 김정훈>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다른 SNS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더 커지는 셈이죠. 그렇게 SNS에 오른 글이 마음에 든다면, 개인 쪽지를 보내든가 비밀방을 만드는 방식으로 실제 거래가 이뤄집니다.
◇ 김현정> 실제 거래는 은밀하게 이뤄진다는 말이군요.
◆ 김정훈> 네. 더 큰 문제는 거래 대상이 되는 정보가 상식을 넘어선다는 점인데, 앞서의 아이돌 팬, 그 목소리로 들어보시죠.
[녹취-아이돌그룹 팬 A씨]
"핸드폰, 카톡 아이디, 인스타그램 계정 비밀번호 이런 것 해킹하고. 심한 경우는 주변 사람들 번호나 카톡 아이디까지도 거래되고 있다고. 제 주위의 지인 같은 경우 비행기 편 같은 것도 알아보더라고요. 언제 나가는지 정도는 알아서, 그럼 그때 회사에 휴가를 내려고 알아보고 하더라고요."
◇ 김현정> 언제 어떤 비행기를 타는지까지 알아본다? 같이 가려고...
◆ 김정훈> 그건 약과이고요. 아이돌 멤버의 주민등록증 사진이 거래 전에 일부만 가려진 채 올라오기도 하고요. 지난 7월엔 아이돌그룹 숙소에서 몰래 찍은 영상을 판다는 글이 오르면서 스무건 이상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지난달에는 인기 그룹 멤버가 여자친구와 입맞춤을 하는 장면이라며, 일부가 가려진 사진이 판매 전 맛보기처럼 올려지기도 했고요. 비공개 활동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한 첩보와 같은 내용의 글이 ‘썰’이라는 이름으로 SNS에 오르기도 합니다.
◇ 김현정> 그런데 실제 거래가 활발히 이뤄집니까?
◆ 김정훈> 이를 확인해보기 위해 거래를 시도해 봤습니다. 아이돌 정보를 판다는 트위터 글 안내에 따라 익명의 비밀대화방에서 접선을 했습니다. 바로 1분만에 연락이 오더라고요. 유명 아이돌 멤버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물어보니 개당 0.7, 7천원인데 조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합니다.
◆ 김정훈> 유명도에 따라 가격이 차이 납니다. 이후 계좌로 입금을 하거나, 갖고 있는 문화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도록 온라인 식별번호를 판매자에게 알려주면 정보를 손에 쥐게 됩니다.
◇ 김현정> 학생들도 쉽게 살 수 있게 문화상품권으로. 이렇게 판매가 이뤄져 정보가 유출된다면, 그 아이돌 당사자들의 피해가 상당하겠는데요? 사생활이 그냥 뚫려있다는 얘기잖아요.
◆ 김정훈> 이 때문에 휴대전화를 한달에도 몇번씩 바꾸는가 하면, 정해진 동선을 그때그때 바꿔야 하는 일도 생깁니다. 한 기획사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연예기획사 관계자 B씨]
"우리가 한번도 오픈하지 않는데, 스케줄 아닌데도 아는 경우가 많잖아요. 매일매일 쫓아다녀가지고 찍는 그런 거, 개인 시간을 보낼 때 어떻게 보내겠어요. 좋아하는 마음이라기보다는 그 마음을 이용해서 말도 안되는 이득을 챙기는 거잖아요."
◇ 김현정> 대체 이런 정보들이 어떻게 유출돼 거래되는 건가요?
◆ 김정훈> 정보는 다양한 방식으로 수집되는 것 같습니다. 아이돌 정보 구매 경험이 있다는 25살 임모씨는 개별 정보가 하나둘 모아지거나 해킹까지도 한다고 하는데요, 이 부분 들어보시죠.
[녹취: 정모(25세)씨]
"기획사 관계자분들의 지인이거나 아니면 관계자가 팬이거나 이런 때는 직접 돈을 받고 파는 경우가 좀 있어요. 기획사 관계자 내에서 해킹하는 경우가 있다고 듣긴 했고요. 예전에는 아는 사람들끼리만 공유를 하다시피 했는데 지금 같은 경우엔 다 돈주고 사고 팔고 하는 것 같더라고요."
◇ 김현정> 결국 기획사 관계자로부터 나오는데, 거기서 슬금슬금 유출된 것이 모이는 방식?
◆ 김정훈> 아니면 지인들, 심지어 아이돌 가족들을 통해 나온 정보들도 있죠.
◇ 김현정> 해킹을 하는 경우도 있고.
◆ 김정훈> 스타들의 SNS계정이나 이메일을 해킹한다고도 하고요, 파파라치처럼 따라다니면서 정보를 캐내기도 한다고 하네요. 동선이 미리 알려지면 스타들이 도착하기 전에 숙소 내에 카메라나 마이크를 설치하기도 한다는 것이 주변의 전언입니다.
◇ 김현정> 그렇게 하나 둘 정보가 사들여지고 이후엔 묶음으로 판매된다?
◆ 김정훈> 네. 이러한 판매책 상당수가 외국인이라는 점도 특이합니다. 한류팬에서 변질돼 이제는 아이돌 정보의 판매책으로 활동하고 있는 건데요, 실제 한국의 아이돌 정보를 판다는 트위터 글 상당수는 중국어나 일본어로 표기돼 있습니다.
◆ 김정훈> 그렇죠. 외국 서버를 이용해 외국에서 정보를 사들이고 판매한다면, 누군지 알기도 어렵고 알아도 책임을 묻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확산된 데에는 아이돌을 관리하는 기획사 측의 단속 의지가 크지 않은 것도 한 원인일 듯한데요, 기획사 관계자의 말을 다시 들어보시죠.
[녹취: 연예기획사 관계자 B씨]
"좋아하는 마음으로 하는 거니... 그걸 또 뭐라 할 수는 없고. 집을 무단침입한다든가 이런 게 있지 않는 이상 뭔가를 하기는 힘들죠. 기획사 쪽에서는 뭐라고 하기가 힘들 것 같고요. 악플을 달아서 명예를 훼손하거나 이런 거랑은 다른 문제라서..."
◇ 김현정> 좋아하는 마음으로 그런다는 거, 또 집을 무단침입하는 게 아니다 보니 흐지부지 넘어갔다는 얘기인 것 같아요.
◆ 김정훈> 네. 아이돌의 정보를 사들이고 이를 되파는 이들 다수가 팬들일 텐데, 이들을 잡아내기가 부담스러울 거라는 게, 김성수 문화평론가의 설명인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김성수 문화평론가]
"그들을 잡으려면 정보를 산 사람들도 범죄자잖아요. 그 매수자도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매수자도 팬들이란 말이에요. 강력하게 대처했다가 역풍이 생기면 자기가 책임져야 하니까. 아이돌들이 팔리는 시간은 정말 짧아요. 7년 계약하면 4년 돈을 쏟아붓고 나머지 3년에 뽑아야 해요. 어떤 경우는 6년 투자해서 1년에 뽑히기도 하고. 이런 경우에 회사에서 리스크를 안을 생각을 안 하는 거죠."
◇ 김현정> 기획사 입장에서는 알고도 전화번호 바꾸는 식으로, 아니면 고통을 참는 식으로 가고 있다는 얘기네요.
◆ 김정훈>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아이돌이 상품이 된 까닭에, 당사자들의 사생활보호보다 수익의 극대화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죠. 나아가서 이러한 현상의 씨를 뿌린 게 바로 기획사라는 주장도 나오는데요, 이어서 들어보시죠.
[녹취: 김성수 문화평론가]
"'어느 콘서트장에, 방송국에 누가 뜰 것이니 거기로 모여달라' 이런 것들을 기획사들이 조장했었단 말이에요. 팬덤들을 농장처럼 관리해서. 거기서 (정보가) 빠져나오기 시작하고 그걸로 돈을 벌려는 사람들이 파편화된 정보들을 입수해서 추적에 들어갈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주게 되니까. 어떻게 보면 과다한 팬덤이 범죄자들의 먹이가 되는 첫번째 방법을,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가르쳐준 것이죠."
◇ 김현정> 스타들을 따라다니는 열혈 팬들의 모습을 기획사가 조장했고, 거기서부터 정보가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것이 상업적으로 변질됐다는 설명이네요. 물론 아이돌 스타의 사생활을 함부로 캐고 그 정보를 거래까지 하는 이들의 책임이 큽니다. 당연합니다만 기획사의 반성도 따라야 하는 부분이네요.
◆ 김정훈> 그렇죠. 그리고 지금 역시 아이돌 스타들의 든든한 보호막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 김현정> 아이돌, 아직 10대잖아요. 따라서 더 각별히 사생활, 인권이 보장돼야 할 텐데요.
◆ 김정훈> 일부 극성 팬들은 물론 기획사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또 스타들이 스스로 권리를 주장하고 권리가 침해될 경우 강하게 책임을 물을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 김현정> 아이돌들의 정보가 이렇게 불법으로 상업적으로 거래되고 있다는 것에 놀라긴 했는데, 단순한 얘기가 아니네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는데 그 속사정을 들여다봐야 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