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전남 나주경찰서에 따르면 살인미수범 유태준(48)이 나주의 한 정신병원에서 전자 발찌를 훼손하고 탈주한 것은 지난 8월 1일 오후 3시 40분쯤이다.
병원을 나온 유 씨가 병원 뒷산으로 올라가는 장면이 CCTV에 찍히기도 했다.
유씨는 이후 70일 가까이 행적이 묘연했다가 지난 18일 오후 6시 30분쯤 인천의 한 주택가 골목길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하지만 경찰은 이번 달 10일까지는 유 씨의 행적에 대해 전혀 쫓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경찰의 초동수사부터 부실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유 씨는 이날 진행된 경찰 조사에서 병원에서 나온 도주 당일 밤에는 병원 뒷산에 머물다가 다음날인 지난 8월 2일 대중교통을 이용해 서울로 이동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유 씨가 도주 당일 뒷산으로 올라가는 CCTV를 확인했는데도 병원 주변 도로나 빈집 등에 대한 수색만 진행하고 정작 뒷산에 대한 수색은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
전남 나주경찰서 관계자는 "야간이라는 시간적인 한계상 산에 대한 수색을 진행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 수사에서 허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유 씨는 지난 9월 7일 자신의 금융 계좌를 사용했지만 경찰은 이 사실을 한 달도 더 지난 이달 10일에야 파악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이 유 씨의 금융계좌에 대한 조회를 지난 9월 3일을 마지막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 씨는 이후 한 달이 넘도록 자신의 계좌를 사용했다.
유 씨는 인천의 한 공원에서 만난 노숙자 정모(58) 씨의 명의를 빌려 휴대전화도 개통해 사용하고 있었다.
경찰에 검거되기 전까지 유 씨가 지냈던 인천의 옥탑방도 정 씨의 명의로 계약했다.
유 씨의 옥탑방에서는 지난 여름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유 씨가 구입한 구명조끼와 오리발 등 수영 장비가 함께 발견됐다.
경찰에서 유 씨는 북한에 있는 아내가 보고 싶어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유 씨는 인천 월미도 등을 방문해 수영을 해서 북한을 갈 수 있는지에 대한 사전답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경찰은 북한으로 입북하려 한 유 씨의 행동에 대해 국가보안법(탈출 예비)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한편 유 씨는 지난 2004년 이복동생을 살해하려 한 혐의로 징역 3년과 치료감호 10년 처분을 받고 복역한 뒤 보호감호 10년 처분을 추가로 받아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
지난 1998년 탈북한 유 씨는 아내를 데려오겠다며 2001년 재입북한 전력이 있다.
이듬해인 2002년 다시 탈북한 유 씨는 이후 북한과 관련한 망상장애를 앓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