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없이 말뿐' 정몽규 회장의 영혼없는 사과회견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 축구가 위기다.

최근 무기력한 경기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62위까지 떨어졌다. FIFA 랭킹 도입 후 처음으로 중국(57위)보다 순위가 낮아졌다. 감독의 전술은 한국 축구 실정에 맞지 않았고, 선수들의 투지도 실종됐다.

더 큰 문제는 대한축구협회다. 돌려막기식 인사, 또 사고가 터지면 그 순간만 회피하려는 미봉책만 제시하는 협회 때문에 팬들이 한국 축구를 외면하고 있다.

그런데 협회는 여전히 논란의 본질을 모르는 모양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한국 축구의 논란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정몽규 회장은 "최근 대표팀의 부진한 경기와 더불어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비판이 계속 되고 있는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계속해서 대표팀 경기력 향상에 대한 복안을 내세웠다. 전폭적인 지원을 통한 베테랑 외국인 코치 영입, 강팀과 평가전, 지원 스태프 보강 등이다. 또 기술위원회와 별도로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는 기구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이다.

협회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최근 논란에 대한 대책으로 내놨다.

협회는 돌려막기식 인사로 비난을 받고 있다. 예전 이야기는 굳이 하지 않더라도 최근 울리 슈틸리케 감독 경질과 함께 사퇴한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여전히 부회장을 맡고 있다. 새 기술위원장도 기존 임원인 김호곤 부회장에게 맡겼다.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겸 기술위원장. (윤창원 기자)
무엇보다 거스 히딩크 감독 논란을 스스로 키웠다. 김호곤 부회장을 비롯한 협회는 여전히 논란에 대해 해명을 못하고 있다. 논란이 커졌을 때도 히딩크 감독의 의사를 묻는 이메일만 달랑 보냈다. 이후 프랑스에서 히딩크 감독을 만났지만, 논란은 더 커졌을 뿐이다.

그런데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팬들이 한국 축구를 외면하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정몽규 회장은 "협회 집행부를 비롯해 세대교체 의견이 나오는 것을 알고 있다. 변화와 혁신을 통한 발전을 원하고 있다"면서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협회에서 많이 일할 수 있기를 바란다. 빠른 시간 내 임원 개편 인사와 함께 협회 개편도 실시하겠다"고 추상적인 답변만 제시했다.

오히려 여자대표팀의 아시안컵 본선 진출, 정몽규 회장의 FIFA 집행위원 당선, 9회 연속 월드컵 진출 목표 달성을 앞세워 "최근 상황이 안타깝다"는 변명을 했다.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서 요리조리 피해갈 구멍만 찾고 있다. 히딩크 감독 사태를 비롯한 현재 팬들의 비난 이유를 협회 잘못보다 최근 대표팀의 경기력 탓으로 돌렸다.

정몽규 회장은 "팬들이 더 잘 할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에 실망이 컸던 것 같다.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는 걸 팬들에게 보여줘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모자라서 그런 평가 나왔다"면서 "근본적으로 카타르전, 중국전부터 그리고 이란전에서 10명과 11명이 싸웠는데 비겼다. 우즈베키스탄전에서도 우위를 점했지만, 비겼다. 그런 것들이 복합된 것 같다. 다른 배경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몽규 회장의 말대로라면 신태용 감독이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정몽규 회장은 "신태용 감독에게 변함 없는 신뢰를 보낸다"고 모순된 발언을 했다.

현재 협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대표팀에 대한 지원이 아니다. 바로 협회의 고인 물을 새 물로 바꾸는 작업이다. 논란이 된 지도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정몽규 회장이 기자회견을 자청했다면 단순 사과로 그쳐서는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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