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농민 故백남기 씨가 물대포를 맞고 숨진 사건 수사 결과로 말단 경찰관들이 기소되면서 내부에서는 참담하다는 반응도 잇따르고 있다.
◇ 헛발질 수사에…고개숙인 서울청장
초동대응부터 범행동기를 규명하는 전 과정에 걸쳐 아마추어적 수사현실을 드러낸 데다 거짓해명의 정황까지 드러났기 때문이다.
"주변이 소란스러워서 피해자 어머니가 이영학 딸(14)과 한 통화를 듣지 못했다"던 경찰의 해명은 CBS노컷뉴스가 당시 폐쇄회로(CC)TV를 들여다본 결과 거짓말일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17일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이 사건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꾸중이 이어졌다.
김정훈 서울청장은 결국 "초동수사가 부실했던 점이나 기관 간 공조가 안 된 것, 경찰서장에게 뒤늦게 보고된 점 등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며 고개를 숙였다.
◇ "말단은 각자 책임"…내부게시판 '시끌'
반면 당시 경찰청 상황실에서 집회를 지켜본 것으로 알려진 강신명 전 경찰청장의 경우 지휘·감독의 직접적 책임이 없다는 이유로 불기소(혐의 없음) 처분이 내려졌다.
이를 지켜본 일선 경찰관들은 참담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사건이 발생한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를 함께 지켰던 A 경장은 "물대포를 맞고 사람이 사망한 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렇게 말단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건 반대한다"며 "이렇게 되면 앞으로 누가 현장에서 상관의 지시를 따르겠냐"고 성토했다.
B 경위는 "지휘부 판단을 고생고생하면서 따랐던 말단 9급은 또 '각자 책임'"이라며 "경찰이 원래 그렇다곤 하지만 이번 국면은 지휘부가 책임져야 할 일 아니냐"고 일갈했다. C 순경 역시 "말단은 잘해도 본전이다. 항상 치인다"고 토로했다.
경찰 내부 게시판에도 수뇌부를 비판하거나 구성원으로서의 자괴감을 나타내는 글이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속과 실명을 밝힌 해당 게시글들은 현재 수천 건의 조회수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 20일 광화문광장서 '역대급' 행사
앞서 매년 세종문화회관이나 경찰청 앞마당 등에서 열리던 이 행사는 20일 오전 11시부터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전례없는 대규모로 개최된다.
북핵위기와 테러에 대한 우려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운영능력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경찰은 경찰특공대를 투입해 헬기·건물 고공침투와 폭발물처리 등의 시범을 준비했다. 자리에는 서울지역 경찰관 1천여 명이 배석할 예정이다.
경찰은 여기에 19일 경찰개혁위원회 중간보고 발표로 '인권경찰'로의 탈바꿈 의지까지 공표하며 축배를 들 계획이었으나 다소 어정쩡한 상황이 됐다.
앞서 지난해 제71주년 경찰의 날을 앞두고도 경찰은 오패산 총격사건·백남기 부검영장 논란 등으로 침체를 겪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