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명길 국민의당 의원이 한국지질자원연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와 감사원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지진·화산재해대책법'에 규정된 지진 관측기관으로서 전국 40개소에 지진 관측소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대상으로 한 감사원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질자원연구원은 각 관측소에 설치된 133개의 속도지진계·가속지진계·기록계 등에 대해서 장비성능검사를 일체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질자원연구원은 지진 관측장비를 구매할 때, 제조사가 제시한 성능·규격 등의 사양만 믿고 설치를 하고 있었으며 이후로도 성능시험은 하지 않았다. 반면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는 지진 관측장비를 도입할 때 반드시 성능시험 인증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지진 피해 방지와 지진 관측장비에 대한 통일성, 일관성 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진관측장비의 표준규격에 따른 성능시험이 필수다.
지질자원연구원은 아직 지진 관측장비의 법정 성능시험 기준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성능시험을 실시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질자원연구원은 2014년 7월부터 기상청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자체적으로 정한 기준에 따라 기상청이 도입하는 지진 관측장비에 대해서는 성능을 시험하고 시험성적서까지 발급해주고 있다.
그나마 다른 기관의 관측장비에 대해서는 성능시험을 해주고 있으면서도 막상 자신들이 보유한 장비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성능시험조차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법정 기준 마련 전이라도 자체적으로 기상청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성능시험을 했다면 그나마 관측장비의 상태를 최선으로 유지하는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지질자원연구원의 '관측소별 규모 3.0 이상 지진 미탐지율 현황' 자료를 보면 지진 미탐지율이 무려 33.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진이 발생하면 세 번 중 한 번은 관측장비가 전혀 탐지를 못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미탐지 지진이 많이 생기는 이유에 대한 원인분석을 위해서는 관측장비에 대한 성능시험이 필수일 텐데, 성능시험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대책 마련조차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최명길 의원은 "지난해 경주지진에서 봤듯이 우리나라는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그런데도 지진 관측장비들이 성능평가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