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비신부 살해범과 격투, 정당방위인데
- 검찰 수사 계속돼 2년간 피의자 신분
- 일각서 '신랑이 신부 살해했다' 의혹까지
- "나도 피해자··차라리 내가 죽었더라면"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양석주 ('공릉동 살인사건' 피해자)
◆ 양석주> 안녕하세요.
◇ 김현정> 최종적으로 그 불기소처분이 내려지던 날 기분이 어떠셨어요?
◆ 양석주> 알고 있었고요. 별로 기쁘지 않았어요.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별로 기쁘지 않았다?
◆ 양석주> 그러니까 이렇게밖에 결론을 내릴 수 없다. 최종적으로 재협상 취지의 불기소처분이 내려질 거를 저는 알고 있었어요.
◇ 김현정> 이렇게밖에 내려질 방법이 없다라는 걸 아는데. 어떻게 보면 그게 2년 동안이나 걸렸다는 것이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 이런 말씀.
◆ 양석주> 그렇죠. 계속 피해자, 가해자 두 신분을 유지한 채 있었어야 되니까요. 거기에 여론에 의해서 언론에 의해서 여론살인을 당하고 있는 입장에서.
◇ 김현정> 피해자이자 가해자 두 가지 신분으로 2년 동안 사셨다 이런 말씀이세요?
◆ 양석주> 그렇죠. 네티즌이나 혹은 시청자들은 아시겠지만 2년에 걸쳐서 온갖 의혹들이 있었잖아요.
◆ 양석주> 그 사건들을 가지고 변호사들을 상담해 봤는데 다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어요. 이 사건 형사건 종결이 나야 사건을 맡을 수 있다, 맡아줄 수 있다라고. 방법이 없었던 거죠, 계속.
◇ 김현정> 지금 첫마디만 들어도 제가 울컥한 심정을 느낄 수가 있는데 그러면 좀 괴로운 기억이겠지만 그날 그 사건의 현장부터 하나하나 좀 짚어보죠. 2015년 9월 결혼식은 올리지 않았지만 이미 함께 살고 계셨어요, 두 분이?
◆ 양석주> 이사할 때가 돼서 살림을 합쳤고요. 양가에서 상견례 끝났고 예식장 잡아놓은 상태면서 그날 마침 여자친구가 한복을 맞춘 날이었어요.
◇ 김현정> 그래서 더 또렷이 기억을 하고 계시군요. 휴가를 나온 군인인 장 모 상병. 새벽에 침입을 하던 그 순간도 지금 생생히 기억이 나십니까?
◆ 양석주> 네, 머릿속으로 수백 번, 수천 번 시뮬레이션 했어요.
◇ 김현정> 그렇죠.
◆ 양석주> 여자의 비명소리 그러니까 여자친구의 비명소리가 악악악악. 4번인가 5번을 들었어요.
◇ 김현정> 두 분은 다른 방에 주무시고 계셨던 거죠?
◆ 양석주> 그런데 그때 제가 생각하기로는 예전에 바퀴벌레가 얘 몸에 지나가서 얘가 비슷하게 비명을 지른적이 있어요.
◇ 김현정> 여자친구가.
◆ 양석주> 그래서 저는 생각하기에 그런 일인가 보다. 그래서 많이 놀랐을 것 같아 좀 다독여줘야 되겠다라는 생각으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일어나서 문을 열었죠. 문을 여니까 전방 4-5m 정도, 저쪽 방 문이 열려 있고 범행동작에서 느껴지는 게 무수히 많은 칼질이 있었겠구나라는 게 즉각적으로 느껴졌어요.
◇ 김현정> 그러니까 그 살해현장도 목격을 하신 거군요?
◆ 양석주> 그때 저는 판단하기로 저 칼을 뺏지 않으면 당연히 죽는다라고 생각을 해서 칼을 뺏고 넘어졌어요.
◇ 김현정> 저 칼을 뺏지 않으면 내가 죽겠구나, 왜냐면 칼 뺏끼 전에 미리 한 번 공격을 당하셨거든요. 그래서 칼을 뺏은 거고, 격투가 격렬하게 벌어진 거고. 그 과정에서 범인이 숨진 거죠.
◆ 양석주> 그런데 옆에 여자친구가 없어요.
◇ 김현정> 안방에서 숨지는 걸 아까 봤는데 안방에 없어요, 여자친구가?
◆ 양석주> 그런데 뒤돌아서 보니까 여자친구가 제 방쪽으로 기어서 나와서 벽에 등을 기댄 채 앉아 있는 거예요. 눈을 감고.
◇ 김현정> 거기까지 그러면 나온 건가요, 그 몸으로?
◆ 양석주> 즉사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상처를 입고 나왔는데 저는 그때 속으로 무슨 생각을 했냐면 오빠 살리려고 여기까지 나왔나 싶어요. 발목 하나라도 잡으려고 그러려고 오빠라도 살리려고 나오지 않았나 그 생각을 했어요.
◇ 김현정>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듣는데. 그렇게 무참한 사건으로 예비신부도 잃고. 그런데 본인은 범인의 죽음에 대해서 이게 정당방위냐 아니냐를 두고 진실공방을 계속 벌여야 되는 상황. 이 사건 이후가 더 괴로우셨을 거 같아요.
◆ 양석주> 그냥 그대로 갔으면 아무래도 피해자 대우를 정당하게 받을 수 있었을 텐데 저만 살아남았는데 그러면 당연히 여자친구 부모님한테 저는 죄인인 거예요.
◇ 김현정> 그렇죠.
◆ 양석주> 저는 정당방위를 주장하면 안 되죠. 그러면 양심이 없어 보이잖아요. 그래서 말을 안 하고 있었고 아꼈어요. 그런데 언론사에서는, 특정 언론사에서는 다른 식으로 방송이 나갔죠.
◇ 김현정> 그러니까 그 괴로운 상황에서 온갖 소문이 언론을 통해서 또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막 돌아다닐 때 이때 얼마나 괴로우셨어요?
◆ 양석주> 저는 그때 검찰이나 경찰한테 나중에 얘기를 한 적도 있는데 이런 식으로 피해자 관리하시면 안 된다고. 미국 같았으면 테러리스트 된다고 말을 했어요. 당시에 저는 그 집에서 살지도 못하고 경찰서 계속 조서 받으러 가야 되고 그래서 부모님이 지방에 계시는데 따로 방을 혼자 얻고 살림도 다 처분하고 컴퓨터랑 휴대폰은 압수품으로 뺏겼고요. 맨날 9년 동안 옆에 있던 여자친구는 없고. 혼자 방치돼 있는 거죠.
◇ 김현정> 연애를 9년 하셨군요.
◆ 양석주> 둘 다 연애 처음이었어요.
◇ 김현정> 9년 알던 여자친구는 없고.
◆ 양석주> 거기다가 여론살인은 당하고. 가해자 신분이라고 해가지고. 말은 불구속이라고 하면서 풀어놔줬다고 하면서, 우리가 너희한테 입힌 피해가 뭐가 있느냐라는 검사의 그런 말도 들었어요.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이에요?
◆ 양석주> 초반에 맡았던 검사가 그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너희한테 준 피해가 뭐가 있냐고. 재산피해를 입혔냐 뭘 했냐. 그러니까 감정적 피해 이런 거는 검찰 입장에서는 신경을 안 쓴다는 거죠. 피해자 구제가 우선인데 검찰은 제가 피해자 신분인 걸 알아요. 온전히 피해자 신분이라는 걸.
◇ 김현정> 검찰도 처음부터 그 부분은 공감하고 있었던 거군요. 이 사람은 정당방위다라는 걸?
◆ 양석주> 그렇죠.
◇ 김현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2년이나 지날 동안.
◆ 양석주> 문제는 제가 알고 있었다는 게 문제인 거예요. 저는 이렇게 결론이 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는데도. 그쪽도 알고 저도 알고 그런데도 2년 동안 여론살인을 당하는 걸 그쪽도 아는데 끝내지 않고 묵인을 했다는 거죠. 그래서 제가 오죽하면 사건을 병합처리 말고 분리를 좀 해달라, 여자친구를 죽이는 사건은 이미 공소권 없음이니까 그거 종결시켜도 되지 않냐라는 식으로 말씀을 드렸어요, 제가.
◇ 김현정> 그 얘기는 여자친구를 장 상병이 아니라 신랑이 죽인 거 아니냐, 이런 의혹 나오는 게 너무 괴로워서, 너무 그게 괴로워서. 알겠습니다. 지금 들으시는 분들이 도대체 그 2년 사이에 시달렸다는 소문, 언론의 의혹. 뭐길래 이렇게까지 마음고생을 하셨나 궁금하실 거예요. 지금 제가 알고 있기로는 ‘예비부부하고 그 범인 장 모 상병이 아는 사이였다’ 이런 소문도 있었고. ‘사실은 범인이 장 상병이 아니고 예비신랑이다. 예비신랑이 장 상병과 예비신부를 다 살해한 거다’ 이런 의혹도 나왔었고.
◆ 양석주> 그 의혹들은 인터넷에서 여러 소설들이 있었는데 순식간에 사라졌고 명예훼손 걸릴까 봐.
◇ 김현정> 그렇죠. 또 있었습니까, 이거 말고?
◆ 양석주> 검찰 처분 결과 나오고도 의혹을 제기하는 분들이 많죠.
◇ 김현정> 의혹이 일파만파 계속 퍼진데는 어떤 방송보도의 영향이 있다,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왜 제대로 취재가 안 되고 보도가 된 걸까요?
◆ 양석주> 검찰, 경찰 아무도 얘기 안 해 주지, 저희쪽 아무도 얘기 안 해 주지. 그러니까 어느 한쪽, 일방의 말만 듣고 소설을 쓰기도 한 거예요. 방송날짜가 잡혀 있었다고 그들이 저를 인터뷰라는 형식으로 몰래카메라지만 그걸 따갈 때 말했고요.
◇ 김현정> 그러면 그렇게 방송에서 의혹보도가 나간 후에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까? 눈초리, 바라보는 눈초리가 많이 달라졌습니까, 여론이?
◆ 양석주> 사건이 재미있어졌겠죠. 검찰, 경찰들은 다 장 상병을 범인으로 몰아세우고 있었는데 언론사가 일종의 특종을 잡은 거죠.
◇ 김현정> 아니라고 하니까. 아닐 수도 있다라는 게 나오니까.
◆ 양석주> 원래 사건보다 더 커진 사건이다 보니까.
◇ 김현정> 더 커진 사건.
◆ 양석주> 지인한테 문자가 왔어요.
◇ 김현정> 뭐라고요?
◆ 양석주> 예전에 저 일했던 곳의 점장인데 네가 범인이지 않냐 그런 문자가 오더라고요.
◇ 김현정> 네가 범인 아니냐? 네가 예비신부 죽인 범인 아니냐? 그때는 정말 어떠셨어요.
◆ 양석주> 테러리스트가 되고도 남는다니까요. 묻지 마 살인을 당했는데 제가 피해자 대우를 받아도 성치 않을 판국에 이런 식의 여론살인을 하는데 방법은 없어요. 왜 괜히 살아서 이 치욕을 겪어야 하느냐. 매일 울면서 술먹으면서 경찰 팀장님 괴롭히고 툭하면 낮술 먹고 검찰에 전화 걸어서. 아니, 피해자가 검찰에 전화 걸어서 따져요. 너네 빨리 안 끝내냐고. 그러면 어쩔 줄 몰라해요.
◇ 김현정> 어쩔 줄 몰라해요? 위에서는 자꾸 보강하라 그러는데 어떻게 하냐, 어떻게 하냐 이 소리만 오고.
◆ 양석주> 그러니까 범죄피해구조센터라는 게 있어요. 그 센터가 있는 게 피해자 구제가 우선이라서 일단 사법적인 그런 절차보다 긴급하게 생계비도 지원해 주고 이것저것 해 주는 부조금 지급도 먼저 하고 가해자한테 나중에 부상건을 청구하는 제도들이 있는데 그것도 다 스톱된 거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지금 마음이 많이 아픈데 지금 생계를 2년 동안 그 상황에서 어떻게 꾸리셨어요?
◆ 양석주> 검찰이 바로 끝내준다, 바로 끝내준다 이래서 일을 못하는 상황이 되는 거죠. 왜냐하면 검찰이 끝내주자마자 해야 될 일들이 많이 생기잖아요. 그래서 계속 쉬게 됐고 1년 정도 쉬었어요. 매일 술 먹고 울고.
◇ 김현정> 매일 술 먹을 울고? 어디 아프신 데는 없으세요? 건강도 상하셨겠는데요.
◆ 양석주> 모르겠어요. 살아는 있는 것 같아요. 다시 일을 한 지는 한 1년 정도 됐고요.
◇ 김현정> 여러분, 공릉동 살인사건. 그 사건의 피해자입니다. 예비신랑 양석주 씨. 지금 실명으로 인터뷰에 처음 나섰습니다. 2년 만에 검찰의 불기소처분이 내려졌지만 그 2년 동안 갖은 소문과 의혹. 특히 언론이 만들어낸 그런 의혹으로 많은 고통을 겪어야 했던 그 이야기를 지금 들었습니다. 이거 참 어떻게 위로를 해 드려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위로가 적절할지도 모르겠고요. 앞으로 어떻게 대응을 준비하고 계세요?
◆ 양석주> (오해를 부른 방송에 대해서) 형사고발, 민사고발 고소 둘 다 진행할 거고요. 변호사님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앞으로도 계속 이런 일이 생길 거다. 왜냐, 형사건에서는 끽해야 벌금 200-300 나올 거래요. 그런데 법에는 그렇게 적혀져 있거든요. 허위사실을 적시해서 명예훼손하면 징역 7년까지도 할 수 있다고요. 물론 어떻게 나올지는 검사님이나 판사님들이 알아서 판단하시겠지만 200-300 이러니까 계속 이렇게 되는 거 아닙니까?
◇ 김현정>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지니까. 알겠습니다. 힘내시고요. 이게 아직 끝이 아니라고 하니까 끝까지 관심 가지고 지켜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어려운 상황들을 다시 이렇게 상기하는 인터뷰 괴로우셨을 텐데 잘 전해 주셔서 대단히 고맙습니다.
◆ 양석주>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공릉동 살인사건. 얼마 전 검찰이 2년 만에 불기소처분 냈습니다. 거기의 피해자죠. 예비신랑 양석주 씨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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