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의 승부수…방미前 '친박청산'으로 보수통합 시동

20일 윤리위, ‘朴‧서청원‧최경환 출당’ 놓고 '洪 VS 친박' 세(勢)대결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마침내 칼을 빼들었다. 칼끝은 '1호 당원'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계 핵심 서청원(8선)‧최경환(4선) 의원을 겨누고 있다.

홍 대표는 오는 20일 직권으로 당 윤리위원회를 소집, 이들 세 인물을 한국당에서 퇴출하기 위한 '탈당 권유' 안건을 처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그는 안건 처리에 앞서 19일 당사자들에게 징계 절차에 착수한다는 사전 통보를 할 계획이다.

홍 대표의 직권에 의한 윤리위 소집은 '친박 청산'의 강한 결의를 드러내는 방식이다. 윤리위원장 혹은 윤리위원 3분의 1의 요구로도 소집이 가능하지만, 직접 함으로써 손수 친박의 목을 치는 효과를 연출하기 위한 포석이다.


'박근혜 당'에서 '홍준표 당'으로 주인이 바뀌었다는 메시지를 내보내는 효과를 노린 것이기도 하다. 이념적으로 보수층, 지역적으론 한국당의 텃밭인 대구‧경북(TK) 등에 속한 지지자를 겨냥하고 있다.

홍 대표로선 자기 이름을 건 결단인 만큼 실패할 경우 정치적 타격이 예상된다. 당 안팎에서 "승부수를 띄웠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친박계에 대한 퇴출 절차를 따져보면 만만치 않은 지뢰밭이 기다리고 있다. 우선 박 전 대통령의 경우 검찰 기소에 따른 당원권한 정지로 현역 의원들에 비해 불리한 입장이다. 윤리위가 '탈당 권유'를 의결하면 10일 간 자진 탈당의 유예 기간을 준 뒤 제명 처리된다.

당원에 대한 제명에 있어선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야 하기 때문에 윤리위 처리 뒤 최고위 사이 기간 동안 홍 대표 측과 친박계 사이에 치열한 여론전이 예상된다.

홍 대표는 지난 17일 자신의 SNS(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지도자는 동정의 대상은 아니다. 잘못이 있으면 무한책임을 지는 것이 지도자의 참모습"이라며 "안타깝지만 우리는 먼 길을 가야 한다"고 썼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박 전 대통령이 자진 탈당을 하는 방안을 끝까지 설득하겠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강제출당도 불사하겠다는 뜻이다. 현재 홍문표 사무총장이 박 전 대통령 측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지만, 연결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계도 박 전 대통령을 강제로 퇴출하는 방식에 강한 반감을 드러내면서 최악의 경우를 상정, 표 대결도 불사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박대출 의원은 지난 17일 '정치적 고려장'이라며 박 전 대통령 퇴출 시도를 비판했다.

현재 최고위는 홍 대표와 류여해‧이철우‧김태흠‧이재만(이상 선출직), 정우택‧김광림(이상 당연직), 이종혁‧이재영(이상 임명직) 등 9명으로 구성돼 있다. 표결로 갈 경우 막상막하인 상황이다.

사안이 민감한 만큼 각 최고위원들은 '친박 청산'에 대한 의사를 불문에 붙였다. 한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입장을 정했지만, 미리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표결을 강행해선 안 된다는 반론이 점차 커지는 분위기다. 김태흠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박 전 대통령) 본인이 스스로 당적을 정리를 하든, 않든 간에 본인에게 먼저 이 부분을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최고위원도 "표결로 가게 되면 당이 분열된다. 징계안에 전원 찬성하거나 전원 반대하도록 끝까지 토론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표결이 불가능한 상황이 예상되면서 홍 대표가 계획한 대로 윤리위를 소집하지 못한 채 방미 출국(23일) 길에 오를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윤리위 소집은 11월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홍 대표가 출국 전 '친박 청산'을 고집하는 배경엔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촉진하기 위한 전략이 깔려 있다. 서‧최 의원을 제명하기 위해선 윤리위·최고위 의결 뒤 별도의 의원총회를 열어 재적 의원 3분의 2가 필요한 만큼 최대한 많은 바른정당 의원들이 한국당에 복당, 표결에 동참하도록 유인책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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