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경찰의 재벌총수 일가 수사…성과 있을까

검경 수사권 조정 앞두고 특수수사 역량 확인할 기회이기도

(사진=자료사진)
경찰이 삼성과 한진그룹 등 대기업 총수 일가의 자택 공사 비리를 매개로 전례 없는 재벌 회장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경찰의 약점으로 일각에서 지적되온 특수수사 부문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18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성물산 건설부문 본사를 압수수색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자료, 내부 문건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삼성물산이 회장 일가 자택 인근인 용산 한남동에 관리 사무실을 별도로 설치해 2008년 10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이 회장 등 일가의 자택 리모델링과 하자보수 명목으로 수십억원의 공사비용을 법인 자금에서 빼돌려 썼다고 보고 있다. 업무상 배임 혐의다.

경찰은 삼성물산이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관여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물산 측이 시공업체에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말 것을 요구하면서 차명계좌를 통해 발행한 수표 등으로 공사대금을 지급하는 것이 담당자 개인 차원에서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수사 확대 가능성도 함께 거론된다. 공사대금으로 지급된 수표가 삼성 임원들 명의로 된 계좌에서 발행된 것인 만큼, 자금 출처 조사 과정에서 총수 일가의 비자금 조성까지 들여다 볼 수 있다.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이 경찰 조사를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부분에 대해 일단 경찰은 압수 자료를 검토하고 관련자를 소환조사해 혐의점을 명확히 한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이 회장의 비자금과 차명계좌 등이 2007년 드러났던 사안인 만큼, 시간이 많이 흘렀기 때문에 추적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앞서 관리사무소 압수수색 등에서 삼성 측이 자료를 너무 심한 수준으로 폐기했다"며 "되레 이런 부분이 향후 족쇄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삼성과 비슷하게 자택 공사비리 혐의로 수사가 진행 중인 한진그룹의 경우, 사안이 복잡하지 않은 편이다. 경찰 관계자는 "삼성의 경우 자금의 출처나 방식 등이 복잡한 데 반해 한진은 관련 내용이 단순하다"며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미 한진그룹 건설부문 고문 김 모씨를 구속한 데 이어, 소환조사 한달도 안돼 조 회장에 대한 구속수사 영장을 신청한 것이 대표적이다.

경찰은 전날 주요 실행자라고 할 수 있는 조 회장과 그룹 시설담당 조모 전무에 대한 영장이 반려된 것에 대해서도 공식적으로 강한 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한 사람은 범행 사실을 시인한다고 기각하고 또 한 사람은 객관적 정황으로 사실이 뒷받침됨에도 부인한다고 반려한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공식적으로 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전례 없는 대기업 총수 일가에 대한 수사와 기대되는 성과와 관련해 짚어볼 만한 부분은, 경찰이 검경 수사권 조정 일정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 총수를 대상으로 한 수사는 그간 대부분 검찰 몫이었다.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독립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경찰은, 수사력 뿐 아니라 외압으로부터도 자유롭다는 메시지를 줄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의 수사권 독립에 반대하는 논리 중 하나가 검찰에 비해 경찰의 특수수사 경험이 일천하고 수사력이 떨어진다는 것인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줄 만한 기회"라면서 "정권이나 자본에 연줄이 많은 검찰과는 달리 경찰은 인맥도 한계가 있고 내외부에 보는 눈이 많아 더 독립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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