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에 류지혁을 유격수로 선발 출전시켰다. 주전 유격수 김재호의 컨디션이 완전히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재호는 지난 8월 29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파울 타구를 잡으려다 좌익수 김재환과 충돌하며 넘어져 왼쪽 어깨를 다쳤다. 그리고 병원 검진 결과 왼쪽 어깨 인대 손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수술과 재활을 저울질하던 김재호는 결국 재활을 택했다. 포스트시즌 출전을 위해서였다.
김태형 감독은 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컨디션이 100%는 아니지만, 수비는 얼마든지 소화할 수 있다. 공격도 괜찮은데, 선발은 무리라고 본다. 중요한 상황에 대수비로 얼마든지 나갈 수 있다"고 김재호의 상태를 알렸다.
결국 김재호는 팀의 가을야구 첫 경기에 결장했다. 그러나 두산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만큼 류지혁을 믿었다.
그러나 류지혁은 첫 가을야구 나들이가 낯설었던 모양이다. 중요한 1차전에서 수비가 흔들리고 말았다. 특히 류지혁의 수비 실수가 실점으로 이어지며 아쉬움은 더했다.
두산이 1-0으로 앞서있던 3회초. 2사 1, 3루 상황에서 타석에 나성범이 들어섰다. 두산 선발 투수 더스틴 니퍼트는 나성범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하지만 그사이 1루에 있던 김준완이 2루 도루를 시도했다. 포수 양의지가 재빨리 2루로 공을 던졌고 류지혁이 포구에 나섰다. 타이밍상 아웃이 예상됐지만 류지혁이 포구에 실패하며 결국 2, 3루 위기는 계속됐다. 그리고 후속타자 박민우의 2타점 적시타가 터지며 류지혁의 수비는 더욱 아쉽게 됐다.
이 실점으로 가을야구 무실점 행진을 이어오던 니퍼트의 기록도 37이닝에서 중단됐다.
이런 비슷한 장면은 5회초에도 있었다. 1사 1, 2루에서 박민우의 타구가 1루 방면으로 향했다. 1루수 오재일은 공을 잡아 2루로 급히 던졌지만 주자 나성범에게 맞고 말았다. 오재일의 실책으로 기록됐지만 류지혁의 수비 위치가 너무 베이스에 가까웠다는 지적이다.
류지혁의 수비 불안은 계속됐다. 6회초 1사 이후 NC 손시헌이 유격수 방면으로 타구를 날렸다. 류지혁은 타구 위치로 이동했지만 불규칙 바운드로 포구에 실패했다. 실책으로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김재호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 수비였다.
두산은 이날 결국 NC에 5-13으로 대패했다. 믿었던 니퍼트가 무너졌고 류지혁마저 흔들렸다. 김재호의 얼굴이 더욱 아른거린 두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