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테임즈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턱수염 사이로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기립박수를 쳤다. 테임즈를 기쁘게 만든 선수는 다름 아닌 '테임즈의 후계자'로 비교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던 NC 다이노스의 새로운 4번타자 스크럭스였다.
테임즈는 17일 오후 잠실구장을 방문해 친정팀 NC와 두산 베어스의 2017 타이어뱅크 KBO 플레이오프 1차전을 관람했다. 이날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테임즈는 때마침 서울에서 열리는 친정팀의 경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잠실구장을 찾았다.
"모두가 반겨줬다. 기쁘다. 가족을 보는 것 같다. 한국에서 뛰던 게 엊그제 같은데 감회가 새롭다"고 소감을 밝힌 테임즈는 NC의 간판 타자가 아닌 다이노스의 팬으로서 선수단과 함께 했다.
미국에서 롯데 자이언츠와의 준플레이오프를 보며 열렬히 응원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에게 패한 기억을 떠올리며 "두산을 이기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면 좋겠다"고 응원의 메시지도 보냈다.
테임즈는 스크럭스가 2-4로 뒤진 5회초 두산의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를 상대로 역전 만루홈런을 때린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누구보다 기뻐했다.
스크럭스는 테임즈가 떠난 빈 자리를 메운 외국인타자. 2014년부터 3년동안 통산 타율 0.348, 124홈런, 379타점을 올렸고 KBO 사상 첫 '40-40(홈런-도루)'를 달성했던 테임즈의 후임으로 특히 시즌 초반 늘 비교 대상에 올라야만 했던 선수다.
스크럭스는 올해 정규리그에서 타율 0.300, 35홈런, 111타점을 기록하며 테임즈의 빈 자리를 성공적으로 메웠다. 김경문 NC 감독은 경기 전 테임즈를 만나 "유니폼 입고 대타로 나설 준비를 하라"는 농담을 건넸는데 농담은 농담일 뿐. NC의 4번타자 스크럭스는 5타점 활약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뽐냈다.
테임즈가 중앙 지정석에 앉아 경기를 관람하자 다수의 NC 팬들이 주변에 몰려들어 사진을 찍었고 사인을 요청한 팬도 있었다. 테임즈는 아예 NC 팬들의 품으로 향해 응원단장을 자처했다. 7회말이 끝나고 3루 응원석에 준비된 리프트에 올라 깃발을 흔들며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신바람이 난 NC 팬들의 기운이 선수들에게 전달된 것일까. NC는 8회초 대거 7점을 뽑아 승부를 결정지었다. 결국 NC는 두산을 13-5로 누르고 플레이오프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