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기업 삼성은 총수와 총수를 보좌하고 업무 등을 조율하는 '컨트롤타워', 이를 가장 효율적으로 집행하고 관리하는 CEO의 삼각체제로 운영돼 왔다.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에서 시작해 아들 이건희 회장, 손자 이재용 부회장까지 총수의 맥이 이어졌고 이 총수를 뒤에서 보좌하는 컨트롤 타워는 1959년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 비서실에서 출발했다.
지난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에는 구조본(그룹 구조조정본부)로 이름을 바꿨고 2006년에는 전략기획실로 문패를 갈아 달았다.
2008년 조준웅 특검의 수사 이후 전략기획실이 해체됐지만 이태 뒤인 2010년 미래전략실로 이름이 바뀌면서 부활해 60년 가까이 명맥이 이어졌다.
올 2월 해체직전 미래전략실은 전략팀과 기획팀, 인사지원팀, 법무팀, 커뮤니케이션팀, 경영진단팀, 금융일류화지원팀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 계열사에서 파견된 약 200명의 임원과 고참급 직원들이 일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2월 28일 전격해체를 선언하면서 팀장급 들은 모두 사퇴했고 나머지 임원들은 계열사로 이동배치 되거나 업무연수 등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그런데 지난 13일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격용퇴를 선언하면서 해체직전 미래전략실 같은 그룹 컨트롤타워의 부활을 전망하는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오랜 와병으로 누워 있는 가운데 사실상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까지 구속수감 되고 그 기간이 길어진 가운데 총수대행까지 사라지게 되면서 400조 ‘삼성호‘의 조정을 담당하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삼성은 당초 삼성전자를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이 지주회사의 이사회를 지원하는 조직형태로 사실상 컨트롤타워를 삼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지주회사전환계획을 포기'하면서 이 역시 물건너갔다.
따라서 총수의 부재와 총수대행의 부재까지 겹쳤으니 이쯤되면 '컨트롤타워'도 필요하고 당초 미래전략실 문제를 지적하는 쪽에서도 '컨트롤타워'를 부인한 것이 아니라 '책임지지 않는 컨트롤타워'가 문제였다는 것이기 때문에 책임을 지는 법적인 형태라면 가능하지 않느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SK그룹의 '수펙스추구협의회' 스타일로 컨트롤타워를 가져갈 수 있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미래전략실 해체와 함께 폐지했던 '사장단회의'의 부활로 비쳐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쉽사리 채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또 현대차 그룹 스타일로 현대차와 부품사, 또 건설과 금융까지 가지고 있는 현대차 그룹의 '기획조정실' 처럼 부활하는 방안도 연구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역시 모양과 규모만 축소한 '미전실'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이재용 부회장이 국회청문회에서 '미전실 해체'를 직접 약속했고 '이사회중심 경영'을 철학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부회장이 '미전실의 부활'로 보이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