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적폐청산T/F가 개혁위원회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추 전 국장이 2014년 8월 부임한 이후 작성한 '최순실·미르재단' 관련 첩보 문건에는 '비선 실세' 최순실의 존재와 영향력을 가늠하게 하는 내용이 대거 포함됐다.
2014년 12월~2016년 11월까지 작성된 첩보 문건에는 '청와대는 비선 논란 관련 정윤회는 깃털에 불과하며, 진짜 실세는 정윤회의 前妻(전처) 최순실이라는 說(설) 확산'이란 내용이 나온다.
또 '윤전추 행정관은 최순실의 개인 트레이너 출신으로 행정관에 임명, 김기춘 비서실장이 국감에서 윤 행정관을 옹호한 것도 이 때문임', '검찰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과 인연이 없던 우 전 수석이 최순실·김기춘을 통해 민정비서관으로 입성하게 됐다는 소문이 있음' 등 최 씨의 존재를 알리는 첩보내용이 있다.
여기에 최 씨가 자신의 사적 이익을 취하는 창구로 활용하려 했던 '미르재단·K스포츠 재단' 관련 내용과 '최순실-삼성전자' 유착관계를 추측하는 첩보도 있다.
2016년 작성된 첩보 수집 사례 중에는 'BH 경제수석실은 K-스포츠 설립을 추진하면서 교문수석실로 하여금 문체부가 재단설립을 신속 지원토록 요청', '삼성전자는 2015년 9-10월간 우리은행 삼성타운지점에서 KEB하나은행 독일 프랑크푸르트 지점 최순실 관련 계좌(코레스포츠)로 280만 유로 (한화 약 35억원)를 송금'이란 내용 등이 나온다.
현재까지 드러난 조사결과만 보더라도,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은 최소 2014년 말부터 최 씨의 존재를 알았고, 2016년 초부터는 국정농단의 도화선이 됐던 '미르·K스포츠재단' 문제도 파악한 것이다.
'탄핵'이란 헌정 초유의 사태를 막을 수 있었던 기회가 2014년부터 꾸준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관계자들은 손 놓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대통령의 친인척·지인의 비위행위를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맡았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게 다시 한 번 세간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게 됐다.
우 전 수석을 둘러싼 의혹들은 넘쳐나지만, 아직까지 혐의를 의심하게 할만한 구체적인 물증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박영수 특별검사팀도 우 전 수석을 구속하는 데에 실패했고, 결국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이번 적폐청산T/F에서도 추 전 국장의 최순실 관련 첩보 문건이 우 전 수석에게 보고됐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다만 추 전 국장이 우 전 수석에게 최 씨 관련 첩보를 전달했다고 의심할만한 대목은 있다.
적폐청산T/F는 보도자료를 통해 "2016년 2월 우 전 수석이 추 전 국장을 국내정보를 관할하는 2차장에 추천할 정도로 밀착 관계"라고 강조했다.
또 "추 전 국장이 (국정)원장 등에 정식 보고한 사례가 없고 오히려 첩보를 수집한 직원들을 '근무성적 불량' 등의 사유로 지방 전출을 시키는 등 불이익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추 전 국장이 최 씨 관련 첩보를 170건이나 수집하고도 국정원장에 보고하지 않았고, 관련 직원들을 의도적으로 지방 발령 낸 배경에 우 전 수석의 영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까지 추 전 국장이 최 씨와 미르재단 등과 관련한 첩보를 누구의 지시로 수집했고, 누구에게 보고했는지 명확히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