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전 국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이른바 '박원순 제압 문건' 작성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로 박근혜 정부 인수위를 거쳐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파견됐다가 박원순 제압문건이 세상에 알려지자 국정원에 복귀해 국내정보 수집을 총괄하는 8국장에 오른 인물이다.
개혁위가 이날 국정원 내부 적폐 T/F의 조사 결과를 보고 받고 발표한 '국정원 간부의 직권남용 및 비선보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 전 국장은 지난해 7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처가 부동산 넥슨 매각' 혐의가 언론에 보도된 후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감찰에 착수하자 부하직원에게 이 전 수석의 동향을 수집하라고 지시했다.
추 전 국장은 이 전 감찰관의 친교 인물 등 개인 동향과 함께 감찰 내부 동향 정보를 수집한 뒤 이를 우 전 수석에게 두 차례 보고했다.
추 전 국장은 우 전 수석에 대한 보고에서 "경찰청 등의 소극적 자료 지원으로 조사 답보, 시한(8.25)에 맞춰 감찰조사 매듭 예상"된다며 "경찰청 자료를 선별 지원해 조사 비협조 오해가 불거지지 않도록 유의할 것"을 강조했다.
우리은행장의 비리 첩보도 우 전 수석에게 보고됐다. 추 전 국장은 우리은행장 첩보 수집을 지시한 뒤 △정치권 줄대기 △불투명한 공금 집행 △특혜 지원 등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해 8월 12일 우 전 수석에게 보고했다.
국정원 개혁위는 "우리은행장 연임이나 비리문제가 이슈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리첩보를 수집하도록 지시한 배경이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특검에서 지난해 7월 최순실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우리은행장 인사청탁 문건이 발견된 점으로 미뤄 당시 우리은행장 연임을 저지할 명분이 필요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국정원 개혁위는 다만, 추 전 국장이 우 전 수석에게 보고한 '이석수.이광구 동향'이 국정원장에게 보고한 내용과 일치하는 것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의혹의 핵심이었던 비선보고 여부는 규명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 밖에도 추 전 국장은 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동향과 문체부 간부 8명의 세평을 작성해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추 전 국장이 세평작성을 지시한 8명 중 6명은 우 전 수석이 김종덕 문체부 장관에게 인사조치를 요구한 간부들이고, 김진선 전 위원장은 20대 총선 출마를 준비중이었다.
개혁위는 그러나 "추 전 국장이 김 전 위원장 등에 대한 보고서 작성을 지시한 경위와 보고 경로는 확인이 곤란했다"고 전했다.
개혁위 조사결과 추 전 국장이 지난 2014년 8월 부임 후 최순실-미르재단 등에 대한 관련 첩보를 170건도 작성한 사실을 확인했다.
보고서에는 청와대 비선 논란과 관련해 정윤회는 깃털이고, 진짜 실세는 최순실이라는 설과 BH 경제수석실이 K-스포츠 설립을 도왔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또 검찰 일각에서 박 전 대통령과 인연이 없던 우병우 수석이 최순실, 김기춘을 통해 민정비서관으로 입성하게 됐다는 소문 내용도 보고서에 포함됐다.
하지만 이 첩보들은 국정원장에게 보고되지 않았다. 개혁위는 "국정농단 단초가 되는 첩보가 다수 수집됐지만 추가 첩보 수집을 지시하거나 원장에 보고한 사례가 없었다"며 "오히려 첩보를 수집한 직원들을 근무성적 불량 등의 이유로 지방 전출을 시키는 등 불이익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개혁위는 추 전 국장이 인권위 상임위원으로 있던 유영하 변호사(박 전 대통령 변호인)와 함께 안봉근 전 청와대 제2부속 비서관을 2015년 6월과 12월 두 차례 접촉한 사실도 확인했다.
다만 우 전 수석과 안 전 비서관 등에 대한 비선 보고 여부에 대해서는 추 전 국장이 휴대전화 제출 거부로 확인이 불가능했고 고나련 직원의 PC가 추 전 국장 지시로 포맷돼 확인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개혁위는 적폐 T/F에 추 전 국장의 민간인과 공무원 사찰 지시 혐의에 대해 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 금지 위반으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것을 권고했다.
국정원 개혁위는 그러나 국정원이나 추 전 국장이 이른바 '최순실 전담팀'을 운영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