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보이콧' 朴 정치투쟁에 궐석재판 불가피

야권·지지층 반발 예상돼 재판부 부담 클 듯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연장 후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1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실상 '보이콧'을 선언한 재판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일단 피고인이 자리에 없는 '궐석재판'으로 진행되고 함께 재판을 받고 있던 최순실씨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심리가 끝나면 박 전 대통령도 함께 선고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은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신의 공판에서 구속된 이후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정치적 외풍과 여론 압력에도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 것이라는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한 재판부에 대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어 "향후 재판은 재판부 뜻에 맡기겠다"며 재판 보이콧 의사를 내비쳤다.

박 전 대통령 대리인단 7명도 이날 모두 사임했다. 대리인단 유영하 변호사는 "사법역사의 치욕적인 흑역사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고 재판부에게 독설을 퍼부었다.


재판부는 변호인단 총사퇴 피해가 박 전 대통령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사임을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등 혐의 재판은 '필요적 변호(변론)사건'이기 때문에 반드시 변호사를 선임해야 심리를 진행할 수 있다. 이는 피고인이 구속됐거나 사형, 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등에 한해 지정된다.

그의 사건은 구속이 연장됐고 기소된 특정경제범죄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만 해도 최소 징역 10년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형사소송법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이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으면 재판부가 직권으로 국선 변호인을 지정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연장 후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1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보이콧 의사를 밝힌 박 전 대통령이 변호인을 다시 선임하거나 유 변호사 등 변호인단이 결정을 바꿔 새로 선임계를 제출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재판부가 서울중앙지법 또는 재판부에 배당된 국선변호인 풀(pool) 가운데 1명을 지정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나 해당 국선변호인이 선임 거부의사를 밝힐 경우 재판 진행이 사실상 어렵게 된다.

결국 함께 재판을 받고 있는 최씨와 신 회장 사건까지 공전되는 사태를 막기위해 '궐석재판'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궐석재판은 구속된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없이 출석을 거부하고 강제구인이 곤란할 경우, 피고인의 출석없이 진행되는 재판이다.

박 전 대통령이 다른 국정농단 재판의 증인으로 채택돼 구인영장이 발부됐을 때조차 강제구인을 거부한 전례와 그의 발언으로 볼 때, 박 전 대통령이 향후 재판에 나오지 않을 가능성은 농후하다.

따라서 재판부가 직권으로 궐석재판을 진행하고 최씨와 신 회장과 함께 선고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궐석재판으로 선고가 이뤄질 경우 야권과 지지자들의 거센 반발을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재판부의 부담이 클 수 것이란 관측이다.

한 현직 판사는 "법리적으로 궐석재판을 진행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면서도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도 궐석재판 외에 다른 방도가 없지만 재판부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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