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과 통추위 구성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바른정당 김영우 최고위원은 이날 지도부 회의에서 해당 안건을 당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논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주호영 원내대표는 "언론에 보도된 것 외에 한국당 지도부 생각인지 등을 좀 더 정확하게 알면 좋겠다. 좀 더 정확히 상황을 파악한 뒤에 (논의 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관계자는 "통추위 구성이 한국당 당론인지, 어디까지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통추위인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을 갖고 우리와 통추위를 구성하려는 지에 대한 내용이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합파의 움직임이 본격화 되면서 이날 최고위 이후 열린 국감대책회의에서는 고성이 나오는 등 자강파와 통합파 간 갈등도 수면 위로 드러났다.
자강파인 진수희 최고위원은 "한 달 전 비상대책위원회를 무산시키면서 조기 전당대회를 하자고 주도했던 그 분들이 바로 합당파라는 이름으로 한국당과의 합당 논의를 구체적으로 진전시키는 것에 대해 정말 유감"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자 통합파로 분류되는 주 원내대표는 "제가 지금까지 참아왔는데, 11월 조기 전대를 누가 주장했다는 거냐"며 "1월 중순에 전대하자고 했을 때 땡겨서 하자고 한 사람이 누구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통합파가 지도부와 당원들이 뜻을 모은 '유승민 비대위' 구성을 무산시킨 뒤 11월 조기 전대라는 타협안이 도출된 과정을 두고 양측이 시각 차를 드러낸 것이다.
진 최고위원은 주 대표의 '호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내용 상 득될 게 없는 통합논의를 왜 하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진정한 보수통합을 원한다면 지금 논의테이블을 만들기 전에 한국당으로 하여금 강력한 혁신을 하도록 밖에서 촉구하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바른정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김 최고위원 일부 통합파 3선 의원들의 통추위 구성 추진 움직임을 개인적 일탈로 규정짓고, 11월 전대를 차질없이 치르는 것으로 결론낸 바 있다.
하지만 이날 비공개 최고위에서 주 원내대표의 의중이 '통추위 구성 제안이 보다 공식적이고, 구체화 되면 논의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는 것처럼 비춰지자 자강파 내에서는 반발 기류가 읽힌다. 진 최고위원은 '통합 논의 가능'으로 당 기조가 바뀐 것이냐는 질문에 "주 대표 차원의 입장"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나 뿐 아니라 몇몇은 논의 수용을 못하기 때문에 최고위 테이블에 올릴 수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통합파 사이에서도 탈당의 명분 등을 저울질하며 일단 '속도조절'을 하는 모습이 감지된다. 통추위 대변인 격인 황영철 의원은 "지금 우리는 어떤 시기에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이라는 어떤 결정도 내린 게 없다. 다만 통합의 논의를 좀 더 진지하게 당 대 당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이나 친박 청산 등이 현실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결정을 내렸다가는 여론의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는 것으로 파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