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사직도 울었다' 롯데, 통한의 투수 교체

'조금만 더 빨랐다면...' 롯데 우완 박세웅이 15일 NC와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재비어 스크럭스에 적시타를 맞고 선취점을 내준 뒤 무사 1, 2루에서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사직=롯데)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롯데-NC의 준플레이오프(PO) 5차전이 열린 15일 부산 사직구장. 경기 전 두 팀 사령탑은 이날 총력전을 펼칠 뜻을 밝혔다. 2승2패로 맞선 가운데 시리즈 마지막 경기인 만큼 당연했다. 이날 지면 시즌이 끝나기 때문이다.

먼저 조원우 롯데 감독은 "선발 박세웅이 좋지 않으면 곧바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필승조인 박진형, 조정훈과 마무리 슨승락으로 여차하면 투입한다는 방침이었다. 박세웅은 올해 12승6패 평균자책점(ERA) 3.68을 기록했으나 데뷔 첫 포스트시즌(PS) 등판이었다.

"필승조를 아끼다가 후회할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취재진의 말에 조 감독은 "박진형과 조정훈은 상대 타자들에 따라 순서가 정해질 것"이라면서 "손승락은 아무래도 뒤에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시리즈에서 3명 투수는 무실점 호투 중이었다. 박진형(3경기 3이닝 무실점), 조정훈(2경기 2⅔이닝 무실점), 손승락(2경기 3이닝 무실점)은 롯데의 무기였다.

이는 NC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경문 감독은 "일단 선발 에릭 해커가 최대한 오래 던지면 좋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이재학을 비롯해 불펜이 총동원해 대기할 것"이라고 마운드 총력전을 예고했다.

불펜 운용에 대한 탄력적인 계획도 시사했다. 상황에 따라 마무리 임창민의 조기 투입 및 1이닝 이상 투구도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최근 메이저리그를 보면 마무리 투수가 7회 조기 투입되는 경우도 있다"는 말에 "승부처에서 상대의 가장 센 타선을 막기 위해서는 가능하다"고 의지를 다졌다.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한 팀만 웃게 마련. 나머지 한 팀의 마운드가 한순간에 붕괴되면서 승부가 일찍 갈렸다. 총력전을 다짐했던 롯데 벤치가 결과적으로 투수 교체 타이밍에서 살짝 늦은 게 엄청난 결과로 이어졌다.

이날 경기는 4회까지 팽팽한 투수전이었다. 박세웅이 예상외로 담대하게 투구하면서 베테랑 에이스 해커와 대등하게 무실점으로 맞섰다. 3회 2루수 앤디 번즈의 3루 송구 실책으로 맞은 1사 2, 3루 위기에서도 나성범을 땅볼, 이어진 2사 만루에서는 모창민을 외야 뜬공으로 처리하며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감했다. 4회 2사 1, 3루도 막아냈다.

'빗속의 역투' 롯데 선발 박세웅은 4회까지는 상대 에이스 에릭 해커와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사직=롯데)
하지만 호투하던 박세웅은 5회 흔들렸다. 첫 타자 박민우를 볼넷으로 내보냈다. 포크볼 등 유인구를 잘 참은 박민우의 선구안이 돋보였지만 투구수 80개에 이르면서 박세웅의 구위도 살짝 떨어졌다.


이후 박세웅은 나성범에게 시속 140km 2구째 직구를 공략 당해 좌전 안타를 내줬다. 이때 롯데 포수 강민호는 마운드에 올라 흔들리던 박세웅을 가라앉혔다. 무사 1, 2루에 다음 상대는 4번 재비어 스크럭스였다.

상대 투수가 해커임을 감안하면 선취점을 중요성이 큰 만큼 투수 교체 타이밍이 될 만했다. 박세웅의 속구 스피드는 중반으로 가면서 경기 초반의 시속 145km 안팎에서 2~3km 떨어졌다. 포크볼과 슬라이더의 낙차도 줄었다.

롯데 벤치는 그러나 박세웅으로 밀어붙였다. 필승조였던 조정훈이 몸을 풀고 있던 상황. 결국 박세웅은 3구째 시속 132km 슬라이더가 몰리면서 중전 적시타를 맞았다. 롯데는 그제서야 조정훈을 올렸다.

하지만 이미 분위기를 넘겨준 뒤였다. 무사 1, 2루에서 몸이 덜 풀린 조정훈은 모창민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이호준을 상대로 볼카운트 2-2에서 예의 포크볼을 잘 떨어뜨렸다. 그러나 노련한 이호준은 엉덩이를 빼고 맞추는 데 집중한 기술적 타격으로 중전 적시타를 만들었다.

이닝이 길어지자 야수진의 집중력도 떨어졌다. 이어진 만루에서 3루수 신본기는 권희동의 땅볼을 잡은 뒤 휘청거리면서 겨우 투바운드 홈 송구로 3루 주자 스크럭스만 잡았다. 제대로 송구했다면 타자 주자 권희동까지 병살타로 연결할 수 있었다. 2사가 1사 만루가 된 뒤 손시헌의 우익수 희생타로 롯데는 3점째를 내줬다. 조정훈은 김태군을 볼넷로 내보내 만루를 맞았다.

'나름 잘 떨어뜨렸는데...' 롯데 조정훈이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5회 김준완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준 뒤 교체되고 있다.(사직=롯데)
여기서 롯데는 또 한번의 투수 교체 타이밍이 있었다. 1~3번까지 좌타 라인인 NC를 맞아 좌완 이명우를 올리는 방안. 그러나 롯데는 조정훈으로 갔고, 결국 김준완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1점을 더 내줬다. 완전히 분위기를 내준 롯데는 박민우의 1타점, 나성범의 2타점 적시타로 0-7까지 뒤졌다. 투수를 바꿔 3점으로 이닝을 마쳤다면 역전을 바라볼 수 있었다.

하지만 사실상 경기가 결정된 5회였다. 롯데는 당시 두산 사령탑이던 2009년, 2010년에 이어 또 다시 김경문 감독과 준PO에서 고배를 마셨다.

김 감독은 SK와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PO 3차전 선발 제프 맨쉽의 퀵후크 등 이번 가을 발빠른 투수 교체로 재미를 봤다. 4차전에서 선발 최금강을 빨리 내리고 원종현을 넣은 승부수가 결과적으로 좋지 않았지만 신본기의 빗맞은 안타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 때문이 컸다. 이날도 큰 점수 차에서 원종현, 임창민 등 필승조를 투입해 경기를 확실히 매듭지었다.

상대적으로 롯데로서는 투수 교체 타이밍이 뼈아팠다. 박세웅이 상대 선발보다 약한 카드인 점을 감안하면 과감한 결단이 필요했다. 결국 롯데는 가장 강한 불펜 박진형을 0-7로 뒤진 6회에야 투입했지만 이미 승부는 기운 뒤였다. 롯데는 이날 7명의 투수를 투입했지만 효과를 거두진 못했다. 5년 만에 맛본 롯데의 가을야구가 짧게 끝난 이유였다.

NC의 9-0 승리와 플레이오프 진출. 이날 부산지역은 새벽 5시쯤부터 하루종일 비가 오락가락 내렸다. 하늘도 울고, 사직구장을 찾은 2만593명의 팬들도 울었던 15일 준플레이오프 5차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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