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부산영화제 깜짝 방문…영화인들 "정상화 계기" 반겨

15일 문재인 대통령의 부산국제영화제(BIFF) 현장 방문은 그야말로 깜짝 방문이라 할 만하다.

올해로 22회째를 맞았지만, 지금까지 어느 대통령도 부산영화제 현장을 찾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2년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와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적이 있지만 현직 대통령이 영화제를 찾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영화제가 열리는 현장을 단순 방문한 것이 아니라 한 영화관에서 '미씽, 사라진 여자'를 직접 관람해 부산영화제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영화제 안팎에서는 대통령의 이날 방문이 2014년 '다이빙벨' 사퇴로 위상이 추락하고 있던 부산국제영화제를 다시 살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반겼다.

'다이빙벨' 사태는 2014년 9월 당연직 조직위원장을 맡았던 서병수 부산시장이 세월호의 구조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의 상영을 반대하면서 영화제 측과 겪은 갈등을 말한다.

2년여간 지속한 갈등 과정에서 감사원 감사, 서 시장의 조직위원장 자진사퇴, 이용관 집행위원장 검찰고발, 국내 영화계 9개 단체의 영화제 보이콧, 정관개정 등 곡절이 맞았다.


최근에는 영화제 사무국 직원 전원이 영화제의 개혁 등을 요구하자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이번 영화제 폐막식 이후 그만두겠다며 동반사퇴를 선언하는 등 악재가 이어졌다.

영화제 사무국의 한 직원은 "다이빙벨 사태 이후 영화제가 정치적 입김에 휘둘리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영화제의 위상이 추락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느꼈다"며 "대통령의 방문으로 다시 도약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지키는 시민문화연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영화제 참가는 부산국제영화제에 큰 힘이 된다"며 "다이빙벨 상영중단을 요구한 서병수 시장에 대한 사과는 계속 요구하면서 한편으로는 영화제에 등을 돌린 관련 단체들에게 이제는 영화제의 정상화를 위해 힘을 모아 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영화제 참가를 보이콧한 국내 9개 영화관련 단체 중 대부분은 올해 영화제 참가를 선언했지만 일부 단체는 계속 참가를 거부하고 있다.

이날 대통령의 영화제 방문으로 영화제를 보이콧하고 있는 단체들의 입장변화를 기대해 볼만하다는 게 영화제 측의 바람이다.

BIFF를 지키는 시민문화연대 소속 영산대 주유신 교수는 "대통령의 영화제 방문은 블랙리스트 사태의 피해 당사자인 부산국제영화제를 격려하고, 문화계 블랙리스트 진상규명에 대한 굳은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대통령 방문은 영화제 정상화를 위해 힘을 보태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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