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야수들 중 최고참인 이대호, 최준석, 이우민 등 2001년 입단 동기들이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주제는 15일 5차전에서 최준석이 터지느냐였다.
이우민은 "이제 준석이 너만 터지면 된다"면서 "5차전에서는 네가 해줘야 한다"고 짐짓 부담을 줬다. 롯데 타선은 1, 2차전 총 3득점으로 주춤하다 3차전 6점, 4차전 7점으로 점점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타율 5할에 3홈런 6타점의 손아섭과 타율 4할1푼2리 1홈런의 이대호 등이 이끄는 가운데 부진했던 전준우도 4차전 홈런 포함, 멀티히트를 날렸다.
그러나 중심 타자인 최준석은 4차전까지 타율 1할에 머물렀다. 4경기 10타수 1안타였고, 볼넷 1개에 삼진은 4개나 됐다. 올해 부상 속에도 타율 2할9푼1리 14홈런 82타점을 올린 정규리그 때의 모습과는 달랐다.
해외 리그를 거쳐 6년 만에 롯데로 돌아온 이대호도 친구 최준석에 대해 은근한 압력을 넣었다. 이대호는 13일 4차전에서 6년 만의 PS 홈런을 날린 데 대해 "그때 이후 첫 시즌이니까 6년 만의 포스트시즌(PS) 홈런"이라면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러나 타선이 살아난 느낌이 있는지를 묻자 대뜸 "이제 최준석만 터지면 된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NC로서는 타격감이 좋은 손아섭, 이대호와 승부보다는 최준석과 대결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대호와 이우민, 절친들이 최준석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본인도 답답하다. 특별히 아픈 곳은 없는데 잘 맞지 않는다. 최준석은 준PO 부진 원인에 대해 "(항간에 부상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발목이나 무릎이 아니라 머리가 아프다"고 고개를 저었다. 구단 관계자도 "준석이는 다른 데보다 마음이 아플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최준석이 살아난다면 완전히 타선의 기세를 살릴 수 있다. 테이블 세터와 중심 타선을 이어주는 역할이다. 손아섭과 이대호의 타격감이 좋은 상황에서 이 둘과 롯데 타선 전체를 연결해줄 최준석의 책임은 막중하다.
본인도 "머리가 아프다"고 할 정도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는 뜻이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최준석의 타격 타이밍이 흔들리고 있지만 워낙 경험이 많은 선수라 제몫을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과연 최준석이 친구들은 물론 롯데 전체 선수단의 기를 받아 부활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