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외야수 전준우(31)의 얼굴은 한결 편안해보였다. 전준우는 4차전에서 홈런 포함, 2안타 1타점 2득점으로 모처럼 이름값을 해냈다. 이전까지 전준우는 타율 2할1푼4리에 허덕이고 있었다.
무엇보다 11일 3차전에서 잇딴 주루사로 팀에 찬물을 끼얹었다. 1회 선두 타자로 나서 행운의 안타를 때렸지만 곧바로 포수 견제에 아웃됐다. 10-4로 앞선 6회 1사 만루에서도 전준우는 3루에 있다가 박헌도의 뜬공 때 홈으로 파고들었지만 우익수 나성범의 호송구에 잡혔다.
때문에 팬들 사이에서는 이번 준PO가 '전준우 시리즈'라는 우스갯소리도 돌았다. 후속 타순에 포진한 손아섭, 이대호 등의 타격감이 좋은 상황에서 톱타자인 전준우가 부진해 롯데의 공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4차전 활약으로 전준우는 그동안 부담을 어느 정도 털어낼 수 있었다. 이날 훈련을 마친 뒤 전준우는 "4차전 경기 때 '전준우 속죄포'라는 기사가 있더라"면서 "친분이 있던 기자의 기사여서 기분이 그랬다"고 농담을 던졌다. 우스갯소리였지만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읽히는 대목.
전준우는 "아섭이와 대호 형의 컨디션이 좋았는데 내가 부진해서 좀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래도 신경쓰지 않고 편하게 하자는 생각이었지만 4차전에서는 조금 달랐다"면서 "마지막 경기가 될지 모르기 때문에 공 1개, 1개에 집중하자는 마음으로 플레이했다"고 강조했다.
절실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결국 전준우는 4차전에서 홈런을 때려내며 부진 탈출의 신호탄을 날렸다. 전준우는 "사실 그 전까지 밸런스가 맞지 않았는데 NC 구창모로부터 홈런을 뽑아내면서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5차전을 임하는 각오도 다졌다. 전준우는 "톱타자라 공을 많이 봐야 한다는 생각에 적극적인 타격을 못 했는데 이제는 초구부터 치겠다"면서 "마지막 경기인 만큼 죽을 둥 살 둥 모든 힘을 다 쏟아붓겠다"고 이를 앙다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