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협정 흔든 트럼프...더 멀어진 북-미 대화

트럼프 "북한과의 협상 열려있다" 발언했지만..이란 핵협정 흔들어 북한에 협상불응 빌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이란 핵협정 불인증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백악관 영상 캡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이란 핵협정(JCPOA)의 이행을 불인증(decertify)한 채, 공을 의회로 넘겼다. 의회는 60일 이내에 협정 파기와 대(對)이란 제재 재가동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오바마 전 행정부가 이란의 핵개발을 동결시키기 위해 EU와 영국, 프랑스, 독일, 그리고 러시아와 중국까지 끌어들여 맺은 이란 핵협정이 20개월여 만에 파기될 위기에 처한 가운데, 이는 앞으로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도 더욱 좁혀놓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 핵협정 불인증 선언을 한 뒤, 다음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메릴랜드 주 벨츠빌에 있는 비밀경호국 훈련장으로 떠나기 직전 기자들과 만나 “나는 북한과의 협상 (가능성)은 언제나 열어놓고 있다”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협상 말고 다른 것을 하게 되더라도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잘 준비돼 있다”며 “북한이 어떻게 하는지 두고보자”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협정 불인증은 북한과의 협상 가능성을 더욱 낮출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DC 소재 한미경제연구소(KEI) 트로이 스탠가론 선임 연구원은 앞선 7일 미 외교전문지 디플로매트 기고문을 통해, 이란 핵협정을 흔드는 행위는 기본적으로 북한에게 미국이 믿을만한 협상상대가 아니라는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이 협정 자체를 위반했다는 확실한 물증이 없는 상태에서 협정과는 관련이 없는 이란과의 다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정 파기를 지렛대로 삼는 행위는 북한에게 핵 협상 무용론을 주장하는 빌미를 주게 된다는 것이다.

또 이란 핵협정은 미국이 EU, 중국, 러시아와 함께 체결한 국제 협약으로, 이란 협정에서 미국이 빠지게 되면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기도 더욱 힘들어지게 된다.

아울러 최악의 경우 협정이 파기되고 이란이 다시 미국의 제재를 받게 되면 핵과 탄도미사일 기술을 교류하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이란 관계는 더욱 가까워지고, 이는 세계가 두 개의 핵위협을 맞닥뜨리는 상황으로 치닫게 될 수 있다고 스탠가론 연구원은 경고했다.

앞서 이란 핵협정 서명에 참여한 국가 가운데 하나인 독일의 지그마르 가브리엘 외무장관도 “이란과의 합의가 흔를리는 것을 보면 북한 독재정권이 핵무기를 내려놓는 국제적 합의에 사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질 것”이라며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 협정 불인증 움직임에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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